의사 1명이 91년치 마약류를 처방했다고?
수면제·식욕억제제 수만정 동시에 '허위 처방'
식약처, 3개월 뒤 파악…관리시스템 무용지물
전진숙 "전국 의료기관 실태 전면 재조사해야"
단 1명의 의사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 수만정을 허위로 처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마약류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식약처가 이 같은 비정상적 대량 처방을 즉시 감지하지 못하고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처방 내역 분석 중 특정 의료기관의 심상치 않은 처방 패턴을 포착했다. 해당 의사는 졸피뎀 1만4,036정, 식욕억제제 1만9,264정을 한 번에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졸피뎀 38년치, 식욕억제제 53년치에 달하는 양이다.
현장 점검 결과, 해당 의사는 마약류 사용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재고 불일치를 시스템상으로 맞추기 위해 본인 명의로 허위 처방을 입력했다고 진술했다. 즉, 환자 치료와는 전혀 무관하게 서류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작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대응은 더욱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건 인지 후에도 식약처는 해당 행위가 언제부터 반복됐는지,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는지, 심지어 허위 처방된 약물이 실제 환자에게 얼마나 투약되거나 유출됐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수사 관련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식약처는 사건을 인지한 지 약 3개월이 지난달 10일에야 해당 의사를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 의뢰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사건 터진 후 뒤늦은 수습'에 불과하며,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국가 핵심 장치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마약류 관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전 의원은 "한 명의 의사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라는 두 가지 마약성 약물을 동시에, 그것도 수만정 단위로 처방했다면 이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이 붕괴된 사안이다"며 "식약처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다. 마통시스템이 아니라 '마비시스템' 수준이다"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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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의원은 이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국가 핵심 장치임에도 식약처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허위보고와 대량 처방이 가능했다는 점은 중대한 직무유기다"며 "행정처분과 수사의뢰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약류 재고 및 보고 실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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