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WTO 상소기구 마비 7년째…이미 세계무역 '무법 상태'
<2>세계무역 98% 담당…무역분쟁 해결하고 경제성장 이끌어
<3>미국, '핵심 설계자'에서 '질서 위협자'로
<4>WTO 흔든 시발점 중국…EU도 공범
<5>'플랜B' 마련한 EU…구조적 한계 여전
<6>각자도생? 합종연횡? 미국 뺀 세계화?…한국이 갈 길은
WTO 흔든 시발점 중국…EU도 공범[WTO 종식 선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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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주요 원인은 중국이다. WTO를 통해 만든 다자무역체계를 흔드는 주범은 미국이지만 그 시작은 중국인 셈이다. 유럽연합(EU)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세계교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보니 WTO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다만 2001년에 중국이 WTO 가입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미국이 중국의 경제체제에 가지고 있는 불만이 WTO 체제를 통해 해소되지 않으면서 미국의 WTO에 대한 입장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 중국이라고 봤다. 그는 "WTO 체제 약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인데, 중국은 시발점이고 미국은 결정타를 날린 나라"라며 "중국은 근 20년에 걸친 간접 국가보조금과 지식재산권(IP) 침탈로 시발점을 만들었고, 미국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자유무역주의 이탈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0년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2200억달러로 미국의 11.9%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 GDP는 6조1380억달러로 10년 새 403.1% 늘었다. 2020년에는 15조1030억달러를 기록했다. WTO 가입 전인 2000년 미국 GDP의 11.9%에 불과하던 중국 경제가 2010년엔 40.8%, 2020년엔 70.7% 수준까지 격차를 좁힌 셈이다.

미국은 중국이 WTO의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불법 보조금 지원과 IP 침해 등 행위를 했는데 WTO가 이를 적절히 제지하지 못했고, 반대로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20년부터 희토류와 텅스텐, 몰리브덴 등의 전략 자원에 수출 쿼터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이를 WTO에 제소했고 중국이 패소하면서 중국은 수출제한은 폐지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패널과 철강제품에 반보조금 관세를 매기자 중국은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WTO는 미국의 일부 조치가 WTO 보조금 협정에 위배된다며 중국이 부분 승소했다. 또 2018년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00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에 대해 2020년 WTO는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WTO가 힘을 잃게 만든 국가는 중국과 미국만은 아니다. EU도 WTO 협정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 EU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국에서 외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덤핑(시장 왜곡 행위)되는 경우 부과하는 관세인 '반덤핑관세'와 수출국 정부가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제공해 가격경쟁력이 인위적으로 높아졌다고 판단될 때 부과하는 '상계관세'를 자주 부과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WTO 협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 CBAM은 EU가 탄소 배출량이 높은 수입 제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부과하는 비용과 동일하게 수입품에도 탄소 비용을 부과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내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CBAM이 특정 국가 또는 특정 제품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경우 WTO의 최혜국대우 원칙 또는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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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EU는 CBAM이 환경 보호 목적을 위해 공정하게 설계되고 투명하게 집행되며, 차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집행될 것이기 때문에 WTO 협정에 완벽하게 합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러시아는 EU의 CBAM이 무역장벽이라며 올해 5월12일 WTO에 제소했다. 결국 실제 시행방식에 따라 WTO 위반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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