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기 매장 유골에 이빨 자국 발견
“로마 시대 잔혹한 오락 행위의 증거”
사자 이빨 자국이 있는 고대 로마 검투사 추정 유골이 영국에서 발견됐다. 이는 영화 '글래디에이터' 등에서 묘사된 그 시대 검투사와 동물 간 싸움이 존재했다는 최초의 물리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 팀 톰슨 교수가 이끄는 아일랜드·영국 공동 연구팀은 2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유골에서 대형 육식동물에게 물린 자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연구한 유골은 영국 요크 지역의 고대 로마 도시 에보라쿰 근처 드리필드 테르스 공동묘지에서 발굴된 것이다. 매장 시기는 2~3세기로 추정된다
현재의 요크 지역은 3~4세기경 로마 도시 '에보라쿰'이었다. 로마 제국은 원주민인 켈트인들을 몰아내고 1~5세기에 영국 땅을 점령한 상태였다.
해당 묘지는 세계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검투사 묘지 중 하나로, 2004년부터 상태가 좋은 젊은 남성의 유골 80여 구가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유골의 치아 법랑질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매장된 사람들은 로마 제국의 다양한 지방에서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한 장례 의식이 이뤄졌다는 점, 훈련과 폭력으로 인한 흔적이 많다는 점 등을 통해 매장된 사람들이 일반 병사나 노예가 아닌 검투사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연구팀은 유골에 남아 있는 자국들을 3차원으로 스캔, 현대 동물학 표본 등을 이용해 여러 동물에게 물린 자국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엉덩이뼈 등에 남아 있는 자국들이 사자 같은 고양잇과 동물의 이빨 자국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검투사의 사망 당시 나이는 26~35세로, 물린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결국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사자에게 물리는 검투사의 이미지는 로마 시대 모자이크, 도자기, 조각 등에 다수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유골 등에서 그 증거가 확인된 적은 없었다"며 "로마 시대 오락 행위의 잔혹성과 이런 검투가 당시 로마 지역을 넘어 널리 확산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로마 시대 영국에 대한 지식에 새로운 자원을 더해주고, 이 지역 삶에 대한 연구에 새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톰슨 교수는 "지금까지 로마의 검투사가 사자 같은 맹수와 싸우는 광경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텍스트와 예술적 묘사에 크게 의존해왔다"면서 "이번 발견은 그런 행위가 실제였음을 직접 보여주는 첫 물리적 증거로, 로마 시대 오락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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