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윤희숙 계엄 사과에 "절박한 목소리"
"탄핵됐으니 사과? 간단한 O X 문제 아냐"
보수·중도층 표심 필요…계엄·탄핵 딜레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전 계엄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단순히 계엄은 문제가 있으니 사과하자, 탄핵됐으니 사과하자는 건 간단한 O, X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당내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면서도, 중도층 표심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탄핵·계엄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내기 어려운 처지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의 계엄 사과에 관해 "우리 당은 굉장히 폭이 넓고, 용광로와 같이 다양한 분들이 와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원장은 KBS 21대 대선 정강·정책 연설자로 나와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가 공개적으로 계엄에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전 장관은 당내 대표적인 반탄(탄핵반대)파로 분류되지만 윤 원장의 사과에 대해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간절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가) 반성을 하나도 안 하고, 남이 사과를 안 한다고 저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며 추후 사과 여지도 열어뒀다. 중도층 지지를 늘리기 위해선 계엄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일부 당내 목소리를 반영한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저지른 줄탄핵, 입법 독재, 예산 횡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안철수 의원과의 1대1 '맞수 토론'에서도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날뛰고 있다"고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으로 강성 보수층 표심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당심'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김 전 장관이 계엄은 옳지 않다면서도 탄핵에 반대하는 논리가 모순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완전히 버리고 가긴 힘들다"면서도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는 중도층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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