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측 "검찰 수사 위법 인정 안돼"
'미인도' 위작 논란을 둘러싸고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18일 연합뉴스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1-3부(재판장 최성수 부장판사)가 천 화백의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을 둘러싸고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18일 연합뉴스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 부장판사)가 천 화백의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김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인 '미인도'가 위작임에도 진품으로 공표됐다며, 진품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해 왔다. 해당 논란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 본인은 "미인도는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졌다.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미술계 최대 스캔들
1991년 시작한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내 미술계 최대의 위작 스캔들로 손꼽힌다. 당시 67세였던 천 화백은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절필을 선언해 논란이 더 커졌다. 먼저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작품에 대해 작가가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미인도는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 인물화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 포함됐다. 이 작품의 아트 포스터(복제품)를 본 친지에게서 "복제품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과 복제품을 검토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을 했다.
해당 주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 세간에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 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 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 모 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 시비가 재연됐다. 이에 대해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29Ⅹ26㎝)는 진짜이며 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면서 "한국화 위조범과 현대 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했었다.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후속 조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당시 화백은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품으로 오도하는 화단 풍토에선 창작행위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붓을 놓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직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천 화백은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엄청난 정신적 고초를 겪었다.

지난 2015년 천 화백의 타계한 뒤 김 교수 측은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02%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듬해인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이후 지난 2015년 천 화백의 타계한 뒤 김 교수 측은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02%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듬해인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X선, 적외선, 투과광, 3D 촬영 등 과학적 검증과 미술 전문가 감정 등을 거쳐 같은 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감정위원들은 작품에 사용된 석채, 붓 터치, 선의 묘사 방식 등에서 천 화백의 다른 진품과 동일한 특징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작품의 유통 이력을 분석한 결과 '미인도'는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판매한 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1980년 정부에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미술관 관계자 5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실관계 확정 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김 교수 측은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기각됐고, 법원에 낸 재정신청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2019년 김 교수는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불법성이 있었으며, 감정 과정에서 위작 의견을 낸 전문가에게 회유가 시도됐고, 허위 정보로 감정 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감정위원의 관련 진술은 모호하고, 검찰 결론을 번복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 역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김 교수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1991년 시작한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내 미술계 최대의 위작 스캔들로 손꼽힌다. 당시 67세였던 천 화백은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절필을 선언해 논란이 더 커졌다. 먼저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작품에 대해 작가가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유족을 대리한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지음)는 이날 선고 뒤 상고 계획을 밝히며 "오늘 판결에서 '미인도'의 진위에 대해 진품 또는 위작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검사가 감정인에게 '미인도 그냥 진품으로 보면 어때요?'라고 질문한 부분에 대해 1심과 달리 2심에선 해당 발언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질문이라 판단했다"며 "결국 검찰의 수사가 경험칙, 논리칙에 위반되는지 아닌지는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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