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 경사성장률 연동
40년 후 국가채무 전망
GDP 대비 세 자릿수% 치솟을 듯
기획재정부가 감사원의 지적을 반영해 문재인 정부 이전처럼 장기재정전망을 산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하기 위해 전제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발표될 장기재정전망에 담길 '40년 후 국가채무전망'은 GDP 대비 세 자릿수 퍼센트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가채무 비율은 2024년 기준 GDP 대비 46.1%다. 정부는 전망의 투명성을 위해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계획이다.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해야 할 '제3차 장기재정전망' 작업을 이런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2015년 이후 5년마다 40년 이상 기간에 대한 재정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제3차 전망은 올해 9월 발표할 예정인데, 기재부는 이번 전망에는 의무지출은 별도로 계산하고 재량지출만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에 연동시켜 향후 국가 채무 규모를 예측하는 시나리오를 기본 골격으로 제시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총지출은 법적 지급 의무가 명시된 기초연금 같은 의무지출과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로 나뉜다.
2020년 2차 장기재정전망 산출 시에는 의무지출까지 포함해 정부 지출 전체를 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한다고 전제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었다. 의무지출은 고령화가 지금처럼 진행될 경우 경상성장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국가채무 전망치를 실제보다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재량지출만 경상성장률만큼 늘어난다고 전제하고 의무지출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증가율을 별도로 계산해 국가채무 수준을 전망했었다. 예를 들어 경상성장률이 5% 오르면 정부가 이에 연동해 재량지출을 5% 늘린다고 가정한 계산법이다. 그런데 2020년처럼 정부지출 전체를 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고령화로 의무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량지출은 늘릴 여력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줄여야 하는 상황을 전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량지출이 실제 상황보다 낮게 전망되면서 국가채무비율을 과소 추계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국회예산처 등 주요국도 시나리오에 채무 감축 의지 반영 안해
전병목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재량지출을 줄일지 늘릴지는 결국 정부의 의지인데, (2020년 방식은) 정부가 향후 재량지출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정책 의지를 반영해 전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홍 전 부총리는 2015년의 방식이 오히려 국가채무비율을 실제보다 부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무지출이 급증하면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재량지출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의 국가채무 감축 의지를 반영해 장기재정전망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반박이었다.
기재부는 2015년 추계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의무지출은 경상성장률과 연계하지 않고 미래 재정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제도 취지에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40년 후에 대해 정부가 전망하는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세 자릿수 퍼센트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전 회장은 "장기재정전망에 정책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전망을 하는 것은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며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때 어떻게 재정이 변화할지를 보려는 게 취지인 만큼, 우리나라 국회 예산정책처를 포함해 주요국들은 모두 정책 의지를 크게 넣어 시나리오를 짜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전망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 위원회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위원들의 판단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여러 가지 변수를 반영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제1차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제3차 장기재정전망은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실시해 전망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며 "인구와 거시경제 변수 전망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재량지출만 경상성장률과 연동해 국가 채무를 전망하는 시나리오를 골격으로 향후 인구감소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함께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현 추세보다 인구구조가 악화하는 데 따른 비관적인 시나리오들이 추가로 제시된다. 다만 아직 전망의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발표될 전망에 대해서는 일부 기관들이 2070년까지 추계에는 애로가 있을 수 있어서 구체적인 시점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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