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엘리트, 대중 생각 통제
혁신가 머스크가 만든 독재
천재를 선지자로 착각 말아야

[논단]혁신 기업가와 거짓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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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선정했다. 머스크가 혁신적인 기업가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엎더니,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며 스페이스X를 창업했고, 스타링크 사업으로는 전 세계 인공위성의 40%를 가진 우주의 권력자가 됐다.


머스크에 앞서 2010년에는 메타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그리고 그보다 한참 전인 1999년에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각각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었다. 모두 놀라운 성취를 이룩한 기업가들이다. 올해의 인물로 뽑힌 적은 없지만 누구나 이 시대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하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포함해 이들 모두는 단순히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기업가가 아니라 정말 세계를, 그리고 산업의 지도와 인류의 일상을 바꿔놓은 사람들이라고 할 만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그들이 이룬 성취는 그에 맞는 충분한 존경과 찬사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후광효과(後光效果, Halo effect)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한 가지 특성으로 인해 연관되지 않은 그 사람의 모든 다른 특성까지 좋거나 혹은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편적인 한 가지 측면의 평가를 다른 모든 차원까지 일반화하는 심리다. 그러나 어떤 한 분야에서 이룬 업적이나 성취로 인한 권위가 다른 분야에서도 무조건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룬 성취가 그들이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 탁월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는 없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미국 MIT 교수는 미래에 대한 대중의 생각까지 엘리트가 지배하는 이른바 '비전 올리가르키(Vision Oligarchy)'에 대해 경고한다. 비슷한 사고방식에 비슷한 삶에 대한 태도를 지닌 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경영자들이 대중의 생각까지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21세기의 종교가 되었고 지금 IT산업의 거인들은 인류가 숭배하는 선지자들로 떠올랐다. 우리는 빌 게이츠에게 정치에서부터 의료복지와 윤리까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한다. 머스크는 가상자산의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데도 말 한마디에 시장이 움직인다. 그들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에 감명받은 대중은 그들의 모든 언행에 대해 지나친 관심과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이는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선지자로 믿는 그들은 대개 오만하고 편협하며, 독단적인 사람들로 창조적인 천재지만 가족이 모두 모이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해고를 통보할 수 있는 잔인한 사람들이다. 뛰어난 재능과 대단한 행운이 합쳐져 큰 성취를 이루기는 했지만, 그들은 성자가 아니며 인류가 가진 모든 문제에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타임이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평가한 대로 천재이자 어릿광대고 모난 이야기로 돋보이려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지식 착각' 속에 사는 게 보통이다. 특히 한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은 더욱 그런 착각을 하기 쉽다. "안락함과 특권의 깊숙한 곳"에 숨은 채 비판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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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철없는 엘리트의 독재가 대중의 승인을 받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재라고 해서 옳고 옳지 않은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해도 옳은 말은 옳고, 옳지 않은 말은 옳지 않다. 놀라운 업적을 이뤘으나 옳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을 성경은 거짓 예언자(신명기 13장)라고 부른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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