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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쏘공과 토허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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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쏘공과 토허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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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와 용산구의 미래 가치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한남동 공관에서 생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강남3구 등 인기 지역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계층이 너무나 튼튼하다"고 했다. 이러니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을 때 ‘서울시가 오를 곳을 찍어줬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해제 후 한 달 사이에 갭투자가 급증했다. 막혔던 갭투자가 허용되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20건(20일 기준)으로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달까지 "가격 급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실을 부정하다 이달 들어 입장을 바꿨다. 해제 35일 만에 서울시는 더 광범위한 지역을 토허제로 묶었다.

해제 여파는 이미 감지할 수 있었다. 토허제 해제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던 것은 두 달 전이다. 1월14일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토론회’에서 다양한 규제 철폐 방안들이 나왔지만 ‘토허제 해제’가 모든 이슈를 장악했다. 서울시청 담당과에는 ‘어느 지역이 해제되느냐’를 묻는 이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때부터 부동산 시장은 반응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파급력이라면 해제 이후 후폭풍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전날 브리핑에서 서울시 한 간부는 해제 당시 상황에 관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래량이 급감했고, 가격도 안정된 상태로 지속됐다. 중소(건설)기업 부도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초부터 규제 철폐를 통한 경기 활성화 등에 방점을 뒀고 부동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고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강남 3구는 그가 말한 안정된 상황 속에서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었다. 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향후 2~3년간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등 집값을 올릴 수 있는 상수가 즐비했다. 변수는 조기 대선에 임하는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였다.


오 시장이 최근 몇 년간 서울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기에, 토허제 해제는 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풍부한 시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오 시장의 규제철폐 행보에 ‘오쏘공(오세훈이 쏘아올린 공)’이라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토허제 지정 시행을 4일 남기고 서울 부동산은 혼란에 빠졌다. 인근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쏠리면서 발생할 풍선효과, 지역 간 가격 차가 줄어드는 ‘키맞추기’도 불가피해 보인다. 토허제로 묶인 4개구의 전월세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무주택 서민들의 서울 내집 마련 더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박상우 장관은 이번 토허구역 6개월 지정을 두고 ‘급할 때 쓰는 약’에 비유했다. 토허제로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언제나 시장은 규제를 이겼다. 토허제는 이제 디폴트 옵션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시장은 규제에 빠르게 적응한다. 대출 규제도 그랬다. 결국 가격을 잡을 대책은 공급 뿐인데 공급 대책도 요원해 보인다. 제2, 제3의 'O쏘공'이 나오지 않도록 정교한 대안이 필요한 할 때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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