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원 한남은 우리나라 최고가 주택이다. 지난해 7월 273㎡(복층형)가 22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평균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32평(전용 84㎡·약 12억원 이상) 아파트를 17개를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가구별 크기도 남다르다. 이곳의 주력 평형으로는 복층형인 전용 273㎡(82.72평)형과 244㎡(73.93평)형을 꼽을 수 있다. 최고의 보안과 사생활 보호 시설을 갖추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플라자호텔에서 운영한다. 평일 조식과 주말 브런치도 즐길 수 있다.
사실, 고급주택에서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입주민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GS그룹 4세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그의 사촌인 허치홍 GS리테일 전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전 고문이나 차남 조현범 회장 등도 이곳에 산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 불리는 지드래곤이나, 글로벌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RM도 여기에 거주한다.
모든 면에서 나인원 한남은 고급주택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나인원한남은 고급주택이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당연한 얘기를 가지고 웬 성명인가 싶다. 그러나 현실은 이처럼 당연하지 않아 낸 성명이었다.
시는 이곳을 고급주택이라 보고 나인원 한남의 시행사인 대신프라퍼티와 수분양자 등에게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했다. 고급주택으로 분류되면 일반세율(2.8~4%)에 8%를 중과한 취득세율(10.8~12%)을 적용받는다. 이를 두고 시행사가 시를 상대로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제기했다. 그런데 심판원이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고, 시는 이처럼 반박하게 됐다.
심판원은 고급주택 중과 여부는 '면적'과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면적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반주택으로 봤다. 나인원 한남에서는 주력인 2개 평형(273㎡·244㎡)은 고급주택의 면적 기준에서 각각 1㎡씩 모자란다. 지방세법상 공용면적을 제외한 주택 연면적 245㎡(복층형 274㎡)을 넘어서거나, 시가표준액(주택공시가격이 있는 경우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고급주택으로 본다.
시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행사의 분양 행태에 기대를 걸었다. 법상 공영공간인 주차장이나 창고를 쪼갠 뒤 차단문까지 설치해 개별 가구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사실상 전용면적을 제공한 것이라 봤다.
그러나 심판원은 이마저도 법령상 공용면적에 대한 별도의 정의가 없고, 공부상 주차장이나 창고는 공용면적이라는 점에서 취득세 중과를 취소 결정했다. 시는 이번 심판 결과에 따라 시행사 등에 중과된 800억원을 환급했다. 수분양자의 몫인 1200억원까지 합치면 취소 금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나인원 한남만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 만한 서울 시내에 초호화 주택 대부분이 일반주택으로 구분된다. 한남더힐(244.75㎡), 더 펜트하우스 청담(PH129·복층형 273.96㎡),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복층형 273.92㎡), 포제스 한강(244.77~244.99㎡) 등은 모두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위해 경기도 외곽에 있는 주택(연면적 332㎡·시가표준 10억원)을 구입한 일반인들은 고급주택에 산다며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면적'이 아닌 '가액' 기준으로 고급주택 중과세를 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가 세수는 늘리면서도 조세의 정당성은 챙길 일거양득의 묘를 살릴 수 있게 움직여야 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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