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정책보고서 안 만든 연구단체도 5곳
연구 활동보다는 입법 성과 포장에 집중
국회 "연구·개발에 지장" 평가 공개 거절
국회는 국회의원이 입법을 위한 연구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이 만든 연구단체에 해마다 2000만원 안팎의 연구활동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들 연구단체 가운데는 21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단 한 번도 연구용역을 맡기지 않거나 정책보고서를 내지 않은 곳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을 맡기더라도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등 부실한 경우들이 있었다. 연구단체 활동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5일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지난 10일로 22대 총선이 끝난 가운데 한 달 여 임기를 남긴 21대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과 금투세 폐지 등 당면 현안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는 21대 국회에 등록된 64개 국회 연구단체의 4년 치 활동결과보고서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소규모 연구용역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연구단체는 19곳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생산해야 하는 정책보고서를 내지 않은 연구단체도 6곳에 달했다. '1.5℃ 포럼', '국회 해양수산포럼'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현장에서 살피는 정책 전문가 포럼' '국부포럼'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 등 5곳은 연구용역도 하지 않고, 정책보고서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 연구단체는 해마다 수천만 원의 연구활동비를 받아 갔다. 소규모 연구용역과 정책보고서를 모두 진행하지 않은 연구단체 5곳이 받아 간 연구활동비는 총 1억170만2001원이다.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의 경우 연구단체가 만들어진 첫해인 2020년 약 1914만원을 지원받았다. 저조한 성과로 2021년 902만원으로 활동비가 삭감됐지만, 2022년엔 2444만원으로 활동비가 크게 늘었다. 2021년 세미나 10회, 법안 13개 발의 등을 이유로 지원심의위원회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2022년 활동비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존재한 연구단체 '생명존중포럼'은 해마다 단 한 번도 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만큼 활동이 전무한 수준이었다. 2021년에 26쪽짜리 정책보고서 'AI 윤리문제와 제언' 하나만 생산했다. 그나마도 이 보고서는 9쪽부터는 보도자료, 기사, 보고서 등에 나오는 AI 윤리 규범을 모아서 정리해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1330만원, 2021년 901만5000원, 2022년 1330만원, 2023년 1017만1000원 등 총 4578만6000만원을 수령했다.
활동 안 해도 지원되는 활동비…입법 활동으로 성과 포장
연구단체들이 진행한 연구용역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정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대표 의원으로 있던 연구단체 '2040 청년다방'은 한 칼럼니스트에게 300만원을 주고 소규모 연구용역을 맡겼다. 해당 용역 결과보고서는 구체적인 저자명을 게재하지 않고 다른 논문, 기사 등을 참고해 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 의원이었던 연구단체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는 여론조사기관 이너컴을 통해 2022년 12월 14~15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구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23명을 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여론조사에 들어간 금액은 500만원이다.
연구보다는 힘을 덜 들여도 되는 입법 활동을 성과로 포장하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연구단체와 상관없는 법안 발의까지 가져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교육·문화 분야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회 교육문화포럼은 2022년 활동결과보고서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하는 '2024 평창 동계청소년올림픽의 평화올림픽 구현을 위한 촉구 결의안'을 입법 성과라고 기재했다. 연구 활동과의 연관성으로는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해 역사에 길이 남는 성공올림픽으로 개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평가 점수 공개 거절…"평가위원에게 심리적 부담 준다" 이유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연구단체의 취지에 맞지 않게 점수를 배정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연구단체는 해마다 지원심의위원회로부터 연구 활동을 평가받는데 총점 470점은 연구 활동 250점, 입법 활동 100점, 정책보고서 150점, 활동계획서 20점으로 구성된다. 연구 활동 항목 가운데 소규모 연구용역은 1회당 5점인데다 최대 10점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세미나 및 토론회는 1회당 8점, 전시회는 1회당 5점을 받는다.
현재 국회 사무처는 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에 따른 우수 연구단체만 공개할 뿐, 연구단체의 연구활동비를 지급하는 기준인 각 연도별 연구단체의 평가 점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의 정보공개 요청에 국회 측은 "공개될 경우 평가의 공정성이 저해되고 평가위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고 판단돼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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