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박주호 비밀유지서약서 위반" 지적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소통 부재·절차상 문제 등을 꼬집은 박주호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 위원에게 대한축구협회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9일 축구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가대표 전강위에서 있었던 일들이라며 폭로한 것은 비밀유지서약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주호는 지난 4월 2일 축구협회와 전력강화위 위원 활동과 관련한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했다고 알려졌다. 서약에는 '본 회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어떠한 처벌이나 불이익도 감수할 것을 서약한다'라고 돼 있다.
박주호 작심 발언…"홍명보 감독 내정 분위기,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것 없어 허무하다"
박주호는 지난 2월부터 정해성 감독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강위 위원을 맡아 약 다섯 달 동안 차기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찾는 과정에 함께해왔다. 정해성 감독이 지난달 말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지난 7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선임하며 대표팀 사령탑 선정 과정이 마무리됐다.
박주호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강위에서 있었던 일을 폭로했다. 그는 홍 감독이 선임될 줄 "정말 몰랐다"며 "전력강화위원회는 앞으로도 필요가 없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5개월 동안 무얼 했나 싶다. 허무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회의 시작도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아'하는 대화로 벌써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외국 감독에 대해 논할 때는 이것저것 따지며 반대 의견을 내는데, 국내 감독에 대해 언급하면 무작정 좋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외부적으로는 외국인 감독을 원하는 것처럼 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며 박주호의 의견은 "넌 지도자 안 해봤잖아"라는 취지로 묵살당했다고도 토로했다. 박주호는 또 "임시 감독을 뽑을 때도 무작정 투표하자고 했다"며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자) '위원회가 사실상 필요 없다'는 말씀도 드렸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새롭게 12명의 (대표팀 감독) 후보가 추려진 뒤에도 무작위로 투표하자고 했다"며 "나는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가 왜 이 감독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는데, 투표만 하자고 했다"고 전강위의 행보를 비판했다.
축협, "근거 없거나 왜곡된 시각에서 생긴 주장…경솔하게 언급했다" 주장
축구협회는 박주호의 폭로 내용은 일부 근거가 없는 주장이거나 외국인 감독을 원했던 자신의 시각에서 왜곡되게 현실을 인식한 결과라며 나머지 전강위원들에게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 측은 "5명의 감독 후보까지 위원회가 추천하면, 다음 과정은 위원장이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며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후보자들을 추천하는 곳이며, 이번 감독 선임은 전력강화위가 추천한 최종 후보자들을 검토하여 진행됐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에도 동참했고, '이후의 과정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달받고 동의를 했던 위원인데 절차가 안 맞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축구협회 측은 "박주호 위원이 여러 후보를 추천하고 장단점에 대해 분석하며 노력해왔기에 자기 생각이 더 공고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도 "홍명보 감독은 정해성 위원장 주관하에 박주호 위원 등 10명의 위원이 활동하던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당시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중 하나였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주호 위원이 한국 축구를 위해 뽑고 싶었던 감독상과 다를 수는 있으나, 이것을 절차상 잘못되었다고 경솔하게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박주호가 언론이 아닌 자신의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폭로한 점도 문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해졌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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