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어쩌겠나"… '간호사 업무 확대' 불안과 안도 사이
2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개시
일선 간호사들 "왜 파업 때만 찾나"
중증·경증 외래 환자 반응 엇갈려
28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지하 1층 식당가에서 만난 신모씨(69)는 정부의 간호사 업무 확대 시범 사업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신씨는 대장 용종 제거 수술 이후 이곳 병동에 3일가량 입원해 회복하는 중이다. 간호사 업무 확대가 시작된 27일 이후에도 몇 번이나 병실에 간호사가 찾아와 링거, 채혈 등을 진행했지만 특별히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신씨는 "의사가 하는 일을 간호사가 한다고 생각하면, 전문성 측면에서 불안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상황이 특수한 만큼 같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히 이전과 비교해 간호사 업무가 확대됐다는 건 느끼지 못했고 불편함도 없었다"고 말했다.
"왜 파업 때만 찾나"…간호사들 엇갈린 반응
정부 당국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대안으로 '간호사 업무 확대'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간호사 내부에서는 긍정과 부정적 목소리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대한간호사협회(간협) 등은 이번 계기로 그간 암암리에 이뤄지던 간호사 불법 진료를 양성화하고 간호사를 보호할 법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분위기지만, 일선 간호사들 사이에선 업무 과중, 의료 사고 부담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각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모든 간호사를 대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의료법상 종합병원이나 전공의법이 정한 수련병원으로, 이에 해당하는 기관이라면 별도의 신청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간호사 업무 범위는 의료기관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해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설정하도록 했지만, 대법원 판례로 금지된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사망 진단,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등은 제외됐다. 시범사업 종료는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가 끝나는 시점으로, 추후 복지부가 별도로 공지한다.
이번 시범사업에 간협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의료 개혁을 지지한다"며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혼란스러운 현장에서도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일상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 간호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매번 의료 공백 시에만 간호사를 동원한다는 불만과 함께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모씨(23)는 "그동안 간호사들은 의사 대신 처방을 내리고 동의서를 받는 등 사실상 인턴과 비슷한 일을 해왔다"며 "그동안 정부가 간호사 불법 진료 문제를 외면하더니 인제 와서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배모씨(45)는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이 법으로 제도화되지 않았음에도, 일단 책임을 간호사에게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PA 간호사로 며칠 더 버틴다는 식이 아니라 전공의들이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 "목숨 달렸는데 전문성 믿어도 되나"
간호사 업무 확대에 '중증 환자'와 '경증 외래 환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경증 외래 환자가 대체로 이번 시범사업에 긍정적이다. 어머니의 MRI 촬영을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보호자 이모씨(60)는 "의료 공백으로 인한 기사를 많이 접했지만,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이 도와준 덕분에 아직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며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만큼 간호사들이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갑상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김모씨(28)는 "현 상황에서 간호사 업무 확대가 확실히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부정적인 측면은 간호사들이 가뜩이나 힘들다고 들었는데, 업무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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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암 환자 등 중증 환자들은 간호사 업무 확대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 사이에선 의료 행위 하나하나에 목숨이 걸린 만큼 간호사들의 의료 전문성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간호사 투입은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메울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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