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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인디아나 존스' 액션 촬영 앞두고 설사병 걸렸던 해리슨 포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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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다이얼'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매듭
스필버그 감독이 네 편 연출한 배경은…
'레이더스' 오디션에서 과자 만든 이유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1981년 처음 소개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매듭이다. 배우 해리슨 포드(81)가 다시 한번 페도라를 눌러쓰고 모로코 탕헤르, 이탈리아 시칠리아 등을 누빈다. 팔순이 넘었으나 가죽점퍼를 휘날리며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존스 박사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다는 원형의 숫자판 '안티키테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말을 타고 지하철 선로를 질주하는가 하면, 달리는 차에서 격투를 벌인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움직임도 둔해졌으나 시리즈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며 특유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난 신기한 것도 많이 봤고, 주술사에게 고문도 당했고, 총도 아홉 번이나 맞았어. 그러면서도 난 평생 이걸 찾아 헤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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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좋을 정보를 두서없이 전달한다.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네 편을 연출했다. 제작자로 참여한 조지 루카스 감독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레이더스(1982)'를 촬영할 때 루카스 감독은 "이번 영화가 성공하면 두 편을 더 만들도록 하세"라고 말했다. 계약 제안이라기보다 친구에게 부린 너스레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알았다"고 답하며 정식계약이나 다름없다고 간주했다. 훗날 루카스 감독이 후속편으로 '인디아나 존스(1985)'를 찍는다고 하자 '레인맨(1989)'을 포기하고 달려갔다. 스필버그 감독은 "루카스 감독과의 약속이 '레인맨' 제작보다 더 중요했다.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와 함께 작업하길 원했기에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배리 레빈슨 감독 앞에서 일종의 보고를 했고 내가 메모한 것 등 모든 걸 줬어요. 레빈슨 감독은 자신의 길을 갔고 자기 영화를 만들었지만, 나와 함께 내가 건네준 노트에 관해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을 고마워했어요. 나라면 노트에 적혀 있는 대로 영화를 만들었을 테지만, 레빈슨 감독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연출했죠."


*스필버그 감독과 루카스 감독은 1967년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로이스 홀에서 열린 학생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다니던 루카스 감독은 'THX 1138'이라는 단편영화를 출품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롱비치 캠퍼스 학부생이던 스필버그 감독은 작품에 매료됐고,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소개로 대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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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은 하와이에서 루카스 감독으로부터 '레이더스' 연출을 제안받았다. "그가 전화했어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개봉으로 하와이를 가야 하는데, 합류할 수 있겠냐고요. 그래서 하와이에 함께 있게 됐죠. 우리는 개봉 첫 주 수입을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몇몇 극장에서 오전 10시에 개봉했으니까, 당시 아침 상영 흥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오후 3시 혹은 4시경에 연락받았어요.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이었죠. 루카스 감독이 전국의 모든 오전 10시 상영이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 기억나요. 순간 그는 지난 세월 동안 내가 지켜본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무엇보다도 안도감 때문이었죠. 통계를 기다리는 동안 루카스 감독은 한참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내게로 돌아서서 말했어요. '자네의 다음 계획이 뭐냐'라고요. 저는 한 번 거절당했던 제작자 커비 브로콜리를 찾아가서, 그가 마음을 바꿔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를 고용할지 알아보려 한다고 답했어요. 그러자 루카스 감독이 '더 나은 게 있네'라며 '레이더스'를 언급했죠. 자세한 내용을 말해줬고, 저는 빅아일랜드 마우나케아 백사장에서 그걸 하기로 약속했죠. 저희는 행운의 모래성 쌓기 놀이를 시작했어요. 첫 만조를 견뎌내면 영화가 성공한다고 믿기로 했죠. 만약 무너지면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는 거였고요. 저희의 미신이자 전통이었어요."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 세 번째 편에서 부자간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루카스 감독에게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를 끌어들이고 싶어. 아버지를 찾는 여정이길 바라"라고 제안했다. 루카스 감독은 "그래? 나는 성배를 찾는 여정이길 바라는데"라고 답했다. 둘은 이내 서로를 쳐다보고는 "그럼 둘 다 하는 게 어때?"라고 말했다. 바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숀 코너리를 캐스팅했다.


*해리슨 포드는 튀니지에서 '레이더스'를 촬영할 때 장에 탈이 났다. 칼을 휘두르며 악당과 대결하는 신을 앞두고 설사병에 걸렸다. 그는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스필버그 감독에게 "이 장면을 한 시간 내로 촬영할 수 있겠어?"라고 물었다.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물론이지, 자네가 그를 쏘아버린다면." 포드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악당이 날렵하게 칼을 휘두르며 공격하자 칼 대신 권총을 뽑아 한방에 쏘아죽였다. 우스꽝스럽게 연출된 이 장면은 그대로 영화에 삽입돼 지금도 이야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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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은 '레이더스'에서 매리언을 연기한 캐런 앨런이 진심 어린 비명을 지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머리 위로 뱀을 떨어뜨렸다.


*스필버그 감독은 과자를 만들면서 '레이더스'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배우들에게 자신이 실제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이 사무실에 들어오면, 우리는 그들이 포트폴리오를 열어서 사진 몇 장을 보여주는 데 15분을 줘요. 그들이 말하는 동안 우리는 보통 이력서를 읽다 보니 시선이 거의 마주치지 않죠. 그런 상황에서 배우는 몇 분 안에 영원히 각인될 만한 인상, 영화 속 배역을 차지할 만한 인상을 남겨야 해요. 정말 형편없는 방식이라 생각하지만, 이게 수십 년간의 평균적인 캐스팅이었죠. 그러던 중 나는 최선의 캐스팅 방법이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임을 알게 됐어요. 테이블에 밀가루 한 봉지를 준비해서 달걀과 치댄 뒤 반죽을 주무르고 겉에 설탕을 칠하는 방법을 고안했어요. 그 즉시 포트폴리오는 잊어버렸죠. 15분이 아니라 5분 만에 내 선택이 옳은지 알 수 있었어요. 배우들은 하나같이 느긋하게 긴장을 푼 채 오디션을 즐겼죠. 캐스팅이 이뤄지는 14주가 넘는 기간 동안 일주일에 닷새, 거의 매일 같이 과자를 구웠어요. 종종 하루에 두 차례, 한 번은 아침에 다른 한 번은 오후에 과자를 구우며 캐스팅했죠. 루카스 회사에는 직원 100명이 있었어요. 사무실 단지 내에 있는 부엌에서 음식 냄새를 맡고는 점심 도시락을 가져와 오전 11시 즈음에 먹곤 했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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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은 '레이더스'가 스크린을 강타했을 무렵 지쳐 있었다. 개봉하고 44주가 지나 시네라마 돔에서 상영되기 전까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지 않았다. "거의 1년 만에 '레이더스'를 봤는데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오락으로서 즐길 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왜 저걸 저런 식으로 했지?',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왜 저런 매독성 백반증이 보이는 낙타들을 썼을까?'라는 등의 생각을 멈출 수 없더군요. 저는 제 영화에 비판적이에요. '저 시퀀스에 시간을 더 들였어야 했는데. 맙소사, 저기 두 번째 테이크를 썼잖아. 왜 네 번째 테이크를 안 썼지?' 대략 이런 식이에요. 따라서 제가 만든 영화에 들어앉아 그것을 주시하는 건 큰 정신적 충격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자기가 만든 음악을 거듭해서 지휘하는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절대 그렇게 못 해요."


*스필버그 감독은 아내 케이트 캡쇼를 '인디아나 존스'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다. 캡쇼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스필버그 감독에게서 우리 가족과 같은 냄새가 났어요. 친숙함의 냄새였죠. 은유가 아니라 정말 후각적으로 그랬다는 거예요. 어떤 여자에게 자신의 아기에게서 나는 냄새를 맡도록 한 뒤 눈을 가리고 그 앞에 아기 스무 명을 데려다 놓으면 자기 아기를 짚어낸다고 해요. 제가 바로 그렇게 느꼈어요. 눈을 가린 채 냄새를 맡고는 '이 남자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을 만들며 "지난 18년간 타지 않았던 자전거를 다시 타는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보조 바퀴 없이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1989년까지 경험한 최고의 달콤한 기억들과 재결합하는 기분이었죠. 게다가 앨런과 포드가 그렇게 훌륭한 상태로 합류하다니요! 저를 위해서라도 영화들을 다시 봐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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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이나 존스' 시리즈의 첫 세 편을 더글러스 슬로컴으로 촬영했다. 조명 스타일은 액션 모험 시리즈 장르로 규정했다. 그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도 비슷한 스타일이 묻어나길 바랐다. 반면 야누스 카민스키 촬영감독은 영화가 현대적으로 나타나길 원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과 전작 세 편을 함께 감상하고는 자존심을 버렸다. 스필버그 감독은 그런 차원에서 포드의 연기도 걱정했다. 지난 18년 동안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우려와 달리 포드는 신랄하고 간결한 정신을 금세 되찾았고, 액션 연기 또한 훌륭하게 소화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매번 액션 스턴트가 끝나면 숨이 차 헐떡였던 것을 제외하면 이전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가 애초 완벽한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로렌스 캐스단 작가는 우리의 주인공을 상처 입고, 고통을 표현하고, 분노를 밖으로 드러내고, 실수하고, 때로는 조롱거리가 되기를 허락하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어요. 이런 단점들은 관객에게 약간만 연습하고 용기를 내면 존스와 똑같아질 수 있다고 느끼게 하죠."


*스필버그 감독은 캐런 앨런이 연기한 매리언에 대해 "인디아나 존스가 건방지게 굴면 태세를 갖췄다가 기절시킬 배역"이라고 설명했다. "1930년대 영화들을 보면서 크던 시기에 거침없는 여성 주인공들을 칭송했어요. 당시 여성들은 아이린 던이나 앤 셰리든, 바버라 스택윅처럼 남성들에게 맞서서 자기 입장을 고수해 승리할 수 있었어요. 1930~1940년대 작가들은 분명 여성을 위한 각본을 쓰는 법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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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속 액션 시퀀스는 명확하다. '저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는 저 사람은 누구지?'라는 의문을 주는 경우가 없다. 의도적으로 혼돈의 느낌을 유발하려고 훨씬 그렇게 만드는 최근 액션 영화들과 판이하다. 스필버그 감독은 "난 지형을 추구한다. 관객들이 선한 자리가 어떤 쪽에 속하고 악당은 또 어느 쪽인지를 알도록 하길 원할 뿐 아니라 그들이 스크린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가 컷해서 전환하길 원치 않는 쇼트에서 관객들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속도로 편집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것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네 편 모두에서의 방식이었어요. 빠른 편집은 이를테면 '제이슨 본' 시리즈처럼 어떤 영화들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지형을 희생하게 해요. 그래도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1.5초마다 장면이 편집될 때 관객들에게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솟아나기 때문에 괜찮아요. 거기에는 관객이 길을 잃지 않을 정도의 지형만 존재하죠. 특히 세 편 중 최고였다고 생각하는 그 마지막 편이 그렇죠. 그런 차원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현대판 액션 모험 영화보다 조금 구식이에요. 그 장르를 재창조하지 않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고, 그것이 성공했기를 바라요. 사실 장르가 재창조된다면 그것은 '인디아나 존스'가 아니죠. 무엇보다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을 토대로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재창조되길 원하지 않아요."


참고 자료 : 레스터 D. 프리드먼·브렌트 낫봄·스티븐 스필버그 지음·이수원 옮김·발행처 마음산책 '스필버그의 말(2022)', 정덕환 지음·발행처 종이책 '스필버그의 영화 정복 프로젝트(2011)', 데니스 키어넌·조지프 다그네스 지음·이상구 옮김·발행처 보누스 '인디아나 존스의 탐험수첩(2008)', 류동현 지음·발행처 루비박스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2008)' 등.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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