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헬로키티 참 곱다"… 북한의 '내로남불'
北 외무성, 양말공장 얽힌 선전용 일화 게시
"수령 동지, 키티양말 보시고 기쁨 넘쳐흘러"
이념적 위험성 덜한 '아동 콘텐츠' 위주 허용
반동사상문화배격法…외부문물 접하면 처형
"키티 양말이 참 곱다…뿌가 그려진 양말도 있는가."
외부 문물의 유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적개심을 고취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외 캐릭터가 그려진 아동 양말을 보며 크게 기뻐했다는 모순적인 일화가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캐릭터 무단 도용까지 최고지도자의 '애민정신'으로 포장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지난 21일 '평양 양말공장이 전하는 이야기' 제하의 글을 게재하고, 이 공장에 얽힌 김정은 위원장의 일화를 전했다. 외무성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뜨거운 사랑을 전화는 일화"라며 "제품 견본실에 진열된 발목에 깜찍한 고양이가 그려진 '키티' 양말을 보시며 '곱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또 "(김정은이) '뿌(곰돌이 푸) 양말도 있는가' 물으며 '어린 아이들이 이런 견본품과 같은 아동 양말을 신으면 좋아할 것'이라고 기쁨에 넘쳐 말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이 김정은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키티' 혹은 '뿌'라는 해외 캐릭터의 명칭까지 그대로 사용한 것은 다소 특이한 측면이 있다. 헬로키티는 일본 산리오사의 캐릭터이며, 곰돌이 푸는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꾸준히 미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해왔고 반일(反日) 정서를 비일비재하게 드러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뒤가 다른 행보이기도 하다. 특히 외무성이라는 채널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공개될 것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 도용을 선전한 셈이다.
외무성이 소개한 '평양 양말공장'은 61년 전인 1962년 6월20일 김일성 주석이 건설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에 맞춰 지난 21일 선전용 일화를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4년 8월 해당 공장을 찾아 검은색 여성 스타킹을 손에 들고 '국산화'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실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외무성은 "가렬처절했던 조국해방전쟁이 끝난 후 맨발 바람의 아이들을 보시고 못내 가슴 아파하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께서 양말 등을 짤 수 있는 편직 공장을 꾸리도록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정은이 '선대의 염원'을 풀고자 이 공장을 굴지의 양말 생산기지로 꾸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인민들의 기호와 취미에 맞는 양말을 안겨주려 애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조선 영상 보면 처형"…'아동용 캐릭터'는 괜찮나
서방의 사상·문화 유입을 무엇보다 경계하고 엄격히 단속하는 북한은 유독 '캐릭터'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초엔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포착되기도 했다. 평양에 위치한 엘리트 학교 세거리초급중학교 교실에서 당 고위 간부들의 자녀들이 2013년 디즈니의 흥행작 '겨울왕국'으로 영어 공부를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올해 초 아동병원의 복도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그림으로 꾸민 장면이 포착됐으며, 2012년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미키마우스'나 '곰돌이 푸' 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등장한 바 있다. 작년에는 네덜란드 '미피'를 베낀 어린이 그림책이 발간됐으며, 2016년에는 당국이 운영하는 시장 가판대에서 '니모를 찾아서', '미녀와 야수' 등 DVD가 포착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북한 당국이 외부 문물에 대한 통제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긴 어렵다. 북한의 '선택적 허용'은 대체로 이념적 위험성이 낮은 '어린이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양 출신의 40대 여성 탈북민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미국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를 비롯해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든 아이들이 많다"며 "주민들도 외국 캐릭터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여전히 북한 주민들은 자의적으로 해외 영화나 방송, 음악 등을 접할 경우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유포한 10대 청소년 2명이 공개총살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 머리 스타일 등 외국의 영향을 감시하는 단속원 '그루빠'가 활동 중이라는 증언도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북한 군부 출신 탈북민은 "모란봉악단 공연에 미키마우스를 등장시키고 '다른 나라의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다름 아닌 김정은"이라며 "본인이 외세 유입의 1등 공신이면서, 마음대로 외부 영상을 보면 처형하겠다는 억지 공포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도 불만이 많다"고 꼬집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