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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폐기된 간호법…아직 회생 불씨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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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처우 개선 등 담은 법
여야, 2년간 합의 못하는 등 '중재자' 역할 실패
내년 총선 앞두고 간호법 재추진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되면서 결국 폐기됐다.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 4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이 직역간 갈등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했다. 여야가 ‘중재자’ 역할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직역 간 중재’안을, 민주당은 ‘법안 재추진’을 해결 방안으로 꺼내 들었다.


77년 간호사 숙원 ‘간호법 제정안 ’ 핵심 쟁점은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고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고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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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은 2021년 3월 서정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안 및 간호·조산법안을 묶은 대안이다. 기존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간호 인력에 관한 내용을 분리해 별도 독립시키는 법안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화하면서 자격과 처우 개선 등을 담고 있다.

간호법은 1951년 간호 관련 규정을 담고 있는 의료법이 제정된 이후 전문화되고 있는 간호의 영역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2005년 김선미 당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의 ‘간호사법’과 박찬숙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간호법을 시작으로 2019년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의 ‘간호법’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간호조산법’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간호법 입법 과정은 의료계 직역간 갈등과 분열을 남겼다. 가장 큰 쟁점은 간호법에 포함된 '지역사회'라는 단어다. 간호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 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놓고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료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 개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면 의료 체계에 혼란이 발생하고,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늘어나면 간호 인력 부족 현상도 심해질 것이라며 간호법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간호사들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의료법 제33조에 의해 개원 자격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조산원)로 이미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간호법에도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조항도 문제가 됐다. 간호법 제5조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초중등 교육법령에 따른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자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국·공립 간호조무사양성소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 '평생교육시설에서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상응하는 교육과정 중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 등으로 규정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이 조항이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 이하'로 제한한다며 '한국판 카스트제도'라고 비판했다.

여야 ‘중재자’ 역할 실패
결국 폐기된 간호법…아직 회생 불씨는 남았다? 원본보기 아이콘

간호법이 정치권의 집중을 받는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언제나 국민 곁을 지키는 간호사, 이제는 이재명이 지키겠다"며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대한간호협회 행사에 참석해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우리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간호법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후 올해 2월까지 법제사법위원회 계류됐다.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으로,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부친 간호법 심사를 미룬 것이다. 이에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다수 의석을 토대로 지난 2월9일 간호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4월11일 국민의힘은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마련해 중재안을 내놨다. 간호법 이름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으로 변경하고,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고,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특성화고 이상으로 명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간호 종합계획을 수립 및 간호정책심의위원회 규정 신설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의협 및 간무협은 ‘긍정적’이었으나 간협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4월1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간호법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그 다음 본회인 같은 달 27일로 연기됐다. 그사이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4월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은 재석 181인 중 179표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최연숙 의원과 김예지 의원만 남아 찬성표를 던졌고 나머지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국민의힘은 다시 한 번 중재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안명을 ‘간호사법’으로 수정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규정의 의료법 존치, '지역사회·의료기관'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 폐지 등이 골자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존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것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어 간호법은 지난 30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재석 의원 289명 가운데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되며 폐기됐다. 여야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결과다.


간호법 시행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2차 부분 파업에 나선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전국 2차 연가투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간호법 시행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2차 부분 파업에 나선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전국 2차 연가투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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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간호사 처우 개선 해결 약속…중재안 VS 재입법

여야는 모두 간호법 폐기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해결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직역 간 갈등도 풀어낸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각 직역의 목소리를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이를 설득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직역 간의 중재와 설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후속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다만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여당과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간호법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이 좌초된 만큼 새 법안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과 같이 여러 보건의료단체를 계속 만나서 이번에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을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출신의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또한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21대 국회는 아직 1년이나 남았다”며 “국회의 문턱까지 넘었던 간호법이 단순히 의미 있는 도전이 아니라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간호법 재추진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간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간호사의 명확한 ‘업무 범위’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다들 처우 개선을 말하는데 처우 개선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진들이 적용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간호법의 핵심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많은 간호사들이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4월27일 본회의에서 당론과 다르게 ‘기권’표를 던졌던 의사 출신의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직역간 소통과 화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 의원은 “지금 문제는 간호법의 내용이 아니라 간호법의 존재인데 법안 조문을 고친다고 해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의료계의 여러 직능들이 같이 협업하면서 환자를 진료해오던 근본적인 부분에 있어 갈등이라고 보기 때문에 오해를 바로 잡고 사각지대 등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국민들은 민생, 특히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의료 시스템 개편을 제대로 하는 당에 총선에서 더 표를 주실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거 정국으로 갈수록 이런(간호법 해결) 부분들이 더 빨리 가속화될 수 있다"고 간호법 입법을 낙관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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