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현장
매장은 한산…온라인몰 만들며 변화 대응
상주 한인 10년만에 10분의1…"지원 절실"

경기 침체와 고물가에 역설적으로 가장 성장하는 업태 중 하나가 '천원숍'이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저가에 공급하며,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이윤을 내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가 올해 3%도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는 와중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달 26일 중국 저장성 성도 항저우에서 차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이우시 국제상무성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고객으로 삼는 초대형 천원숍을 방불케 했다.


한국의 동대문·남대문 상가와 유사하게 소점포가 빽빽이 들어선 국제상무성은 숫자로 설명해도 쉽게 와닿지 않는 규모다. 전체 부지 면적은 총 5개 동과 외부 매장을 포함해 640만㎡이며 7만5000개의 점포에서 21만명가량이 일한다. 일반 축구장으로 환산하면 870여개 크기인데, 각 노점에 1분씩만 머물며 하루 8시간씩을 돌아봐도 156일이 걸리는 셈이다. 취급 범위는 더욱 헤아리기 어렵다. 손톱보다 작은 액세서리와 위협적인 모양새의 너프건, 물안경과 튜브 등 물놀이용품부터 크리스마스와 핼러윈 용품까지 180만가지 상품을 취급한다.

이우시 국제상무성 1구역 내 완구 매장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통역과 함께 너프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이우시 국제상무성 1구역 내 완구 매장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통역과 함께 너프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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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시 국제상무성 관계자가 전체 상가 규모와 제품 구성, 운영 현황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이우시 국제상무성 관계자가 전체 상가 규모와 제품 구성, 운영 현황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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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매장은 옛말…온라인과의 전쟁 시작

이우시는 1982년부터 조성된 국제무역도시로 부가세 면제 혜택과 물류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도매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1992년 저장성이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지금 형태의 밀집 상가가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현재 국제상무성 수출 수익이 이우시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에 달한다.


그러나 이날 실제 찾은 현장은 일부 완구와 액세서리 매장을 제외하고는 제법 한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난 20여년의 활황을 무색케 했다. 매장 현장 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가격을 비교하고 물건을 뜯어보는 전자상거래 바람이 이곳에도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사흘에 걸쳐 인도에서 날아와 2주째 머물고 있다는 아미르 로샨(38·남)씨는 "이우에 드나든 지 10년여가 됐지만, 몇 년 사이 방문객이 빠르게 줄고있다"면서 "많은 바이어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업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1년에 한 두 번은 반드시 직접 방문해 트렌드와 품질을 살핀다고 부연했다. 진주 액세서리 제품을 판매하는 샤오샨(29·여)씨는 "도매상을 건너뛰고 직접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도 많다"면서 "예전처럼 사람이 붐비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사업자와 이우시 정부는 온라인 판매처를 만들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3월 말 기준 이우시에 등록된 전자상거래 법인은 50만600개에 달한다. 홈페이지가 없더라도 중국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 로샨씨와 같은 해외 바이어가 이곳에서 구매한 물건은 컨테이너에 실려 2~3일이면 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데, 올해 1분기(1~3월) 이우시 대외 무역 수출액은 1070억9000만위안(20조68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0% 증가했다. 그중 전자상거래 규모는 234억7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성장률(12.56%)이 전체 평균을 앞섰다.


이우시 국제상무성 1구역 매장을 찾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매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이우시 국제상무성 1구역 매장을 찾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매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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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완구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이우시 국제상무성 1구역은 해외 바이어 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제법 눈에 띄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어린이용 완구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이우시 국제상무성 1구역은 해외 바이어 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제법 눈에 띄었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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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청년층에도 사업 기회…지원책 아쉬워"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를 거치며 규모는 지난 10여년 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지만, 한국인들 역시 온라인 시장으로의 대 격변기에 놓인 이곳에서 여전히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이우한국인상회에 따르면 2010년까지만 해도 1만명을 웃돌던 이우시의 한국인 상주인구는 2019년 3000여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1000여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향하는 컨테이너만 하루 평균 100여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창업을 노리는 젊은 층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는 게 이상조 이우한국인상회 회장의 설명이다.


중국인 도매상들의 쿠팡 등 플랫폼 직진출과 로컬 대기업 알리바바 익스프레스의 사업 확대 등 한국행 무역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회장은 "한국 내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 이우에서 기회를 노리고 유통업을 해보려는 젊은 청년들이 많다"면서 "현재는 청년 교육 비용을 상회 회원사들이 갹출한 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정부가 큰 틀에서 전략 교육과 인프라 제공 등 지원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동식 이우한국인상회 고문은 "고령의 1세대 사업가들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거래를 따라가기 힘든데, 이에 대한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면서 "공동 물류창고나 한국제품 전시관 마련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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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시 정부는 한국에 우호적 태도로 협력과 투자를 요청해오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왕웨이 이우시 부시장은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무역촉진포럼을 개최했고, 기업 트렌드 참고차 삼성·CJ·SK 등 대기업 그룹사 전시관이나 체험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한국 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 임원과도 만났다. 서울시 중구와는 2005년 우호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시작으로 18년 전부터 우성(友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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