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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송혜교 대국 보고, 흥미" 바둑, 어디까지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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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송혜교, 바둑 두며 치밀한 복수 준비
문외한들도 관심 생겨…대학가 강의 요청도
한국기원, 인기 끌자 프로기사 파견해 강의도

"솔직히 송혜교가 바둑을 두니까, 관심이 생겼습니다."(웃음)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최영민씨(27)는 최근 바둑에 관심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바둑을 알았다면 더 글로리를 더 재미있게 봤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은 바둑을 매개체로 해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과 남편 하도영(정성영 분)에게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문동은은 '바둑이 왜 좋냐'는 하도영의 말에 "침묵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게 좋아서요. 상대가 공들여 지은 집을 무너뜨려야 이기는 것도 마음에 들고…"라고 답한다. 그렇기에 바둑은 '더 글로리'에서 스토리 전개상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하지만 이 장면은 바둑 문외한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바둑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대국을 벌이며 송혜교가 하는 말의 뉘앙스나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더 글로리' 시청 후 바둑을 배우고 싶어졌다는 소감이 잇따라 올라왔다. 방영 당시 온라인몰에는 바둑 관련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도 했다. G마켓은 더 글로리가 방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 1월17일까지 바둑 관련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바둑 관련 도서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67% 늘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아시아미디어 타워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한승곤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 아시아미디어 타워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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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인근에서 만난 20~30대 청년들이 바둑을 알고 더 글로리를 시청했다면, 더욱 재미있게 봤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공원 주변에는 장기나 바둑을 두는 노인들이 많은데, 소위 '숨은 바둑 고수'들이 많다고 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 인쇄골목도 상황이 비슷하다. 인쇄 관련 업무 중 남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고, 일종의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이라고 한다. 을지로에 있는 아시아미디어 타워 인근에서 바둑 두는 것을 지켜보던 한 50대 직장인은 "직장이 이 근처라 가끔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면서 "내가 바둑을 두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바둑인들은 조훈현 9단을 포함해 조치훈·이창호·서봉수·유창혁 9단 등 다섯 명을 화려했던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들로 꼽는다. 이들이 활약하던 시기, 변방국에 불과했던 한국 바둑은 당당히 세계의 중심이 됐다. 평소 바둑을 즐겨 둔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바둑 기사로 '돌부처' 이창호 9단을 꼽았다.


이 9단은 6살이던 1981년 할아버지 이화춘의 손에 이끌려 바둑에 입문했다고 한다. 3년 뒤인 1984년 조훈현 9단의 애제자가 됐으니, 어릴 때부터 바둑 실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으로 보인다. 1986년, 11살에 입단한 이창호는 급기야 스승을 꺾으며 일인자에 올라선다. 당시 이 9단을 두고 '하늘이 한국 바둑에 내린 선물'이라는 극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1988년 이 9단은 13세에 'KBS 바둑왕전'에서 우승했다. 이어 1992년에는 불과 17세의 나이로 3회 '동양증권배'를 제패하며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올라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바둑 천재의 등장이자, 새로운 세계 최강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 9단은 2001년 응씨배(대만의 부호이자 열렬한 바둑 애호가인 잉창치가 거액의 우승 상금을 걸고 1988년 창설한 본격적인 세계기전)와 LG배 우승, 국내대회 6관왕 등으로 통산 100회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 9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3년에는 제1회 도요타덴소배와 제4회 춘란배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돌부처' 이창호 9단과 '쎈돌' 이세돌 9단이 맥심 제18회 커피배 입신최장건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돌부처' 이창호 9단과 '쎈돌' 이세돌 9단이 맥심 제18회 커피배 입신최장건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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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극 중 문동은의 바둑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는 문동은의 바둑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분석했다. 유튜브 채널 '프로연우'를 운영하는 프로 기사 조연우 2단은 "동네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웬만한 아마추어 고수를 모두 이기려면 적어도 아마 5단 정도의 실력이 돼야 한다"면서 "(더 글로리)드라마의 몇몇 장면을 통해 문동은이 '아마 5단급'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2단은 "대국에서 문동은이 '맥점'을 제대로 읽으며 상대 집을 깨부수는 장면이 나왔는데 고수만 둘 수 있는 수였다"고 말했다. 조 2단은 "바둑이 끝나기도 전에 문동은이 '그쪽은 활로가 막혀 있고, 지금 형세로는 10집 졌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며 "이 정도로 형세를 읽으려면 보통 실력으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더 글로리에서 보인 송혜교의 대국 장면으로 바둑 인기가 새삼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기원은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바둑인 양성과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드라마 인기로 바둑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대학교에서 바둑 강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프로기사를 파견해 강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바둑의 장점에 대해서는 "우선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바둑을 배우면 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성인들은 바둑을 통해 대인관계도 넓힐 수 있고, 일종의 '수 싸움'에도 자신이 생겨,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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