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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틀렸다" 우크라 찾은 美바이든, 전례없는 방문(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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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푸틴은 실패했다. 전쟁 발발 1년이 지났지만, 키이우는 서 있다. 우크라이나도 서 있다. 민주주의도 서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로 해석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지속할 것을 재확인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제 물러서라는 압박을 전한 셈이다. 그는 5억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구상, 추가 대러시아 제재 방침도 공개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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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1년 앞두고 우크라 찾은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전 예고없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회담하고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대통령이 작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 이후 2개월여 만의 답방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19일 오전 4시15분 에어포스원을 타고 비밀리에 앤드류스 공군기지를 떠났다. 이후 현지시간 오전 8시 경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사선 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는 푸틴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증거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여기에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며 "지금이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밤 자신이 처음으로 전화를 건 것이 미국이었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뒤에서 폭발음이 들린다고 했었다.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세상은 곧 바뀔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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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5억달러 규모의 새 군사 원조 계획을 전달했다. 포탄, 대장갑 시스템, 방공 레이더 등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장비 지원이 골자다. 자세한 내용은 며칠 내 공개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내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공개하겠다고도 확인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변함없는 지지를 재차 약속했다.

이번 키이우 방문은 5시간 남짓에 걸쳐 이뤄졌다. 별도로 공개된 영상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수도 키이우 중심가를 걷는 모습도 포함됐다. 이들이 수도의 성 미카엘 대성당 인근을 찾았을 때 공습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를 떠나며 공개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곧 1주년을 맞이한다"며 "오늘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주권, 그리고 영토 보전에 대한 변함없고 굴하지 않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년간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걸친 여러 나라들과 전례 없는 군사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며 "이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비롯한 동맹국 지도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바르샤바에서 진행되는 연설에서는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란 메시지도 발표한다.


◆극비리에 이뤄져...러시아엔 몇시간 전 사전 공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행을 앞두고 접경국인 우크라이나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에 "현재로선 예정이 없다"고 수차례 선을 그어왔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출국 직후 진행된 화상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근대 이후 미군이 핵심 기간시설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을 진행 중인 나라의 수도를 방문한 사례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있어 선명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전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도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오늘 방문은 담대하고 강력한 행위였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믿을 수 없이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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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몇달 전부터 국가안보회의, 비서실, 국방부, 정보당국의 극소수 인원으로 이번 일정을 준비했다. 또한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출발 몇시간 전 러시아측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사전 공지했다고 설리반 보좌관은 확인했다. 다만 그는 소통의 민감성을 이유로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깜짝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러시아를 상대로 서방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나팔수'로 통하는 언론인 세르게이 마르단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방문은 "러시아 입장에서 노골적인 굴욕"이라고 언급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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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번 방문은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미국이 앞장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지원 방침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탱크 등 서방국가들의 무기 지원이 추가된 상황에서 향후 전황에 미칠 여파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는 다음날 모스크바에서 대의회 국정연설을 앞둔 푸틴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기도 하다.


WSJ는 "푸틴은 서방국가들이 인내심을 잃고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이 몇년이 걸리더라도 확고하게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인인 자두민 드미트리 역시 이번 방문을 환영하며 "푸틴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전쟁에서 혼자가 아니다"라고 WSJ에 전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온 서방 동맹국들 내에서도 연대감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프랑스는 일주일 내 우크라이나에 AMX-10 RC 경전차를 보내기로 했다. 일각에서 전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서방 진영 내 균열을 사전에 차단하고 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이번 키이우 방문을 통해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재차 부각시킬 계기로 삼을 수 있다. AP-NORC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찬성하는 여론은 5월 60%에서 최근 48%로 약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작년 4월에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 작년 6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당시 이탈리아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리시 수낙 현 영국 총리 역시 작년 11월에 키이우를 방문했다.


한편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역시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왕 위원은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는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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