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급부상에 '후계자설'
정성장 "김일성, 김정은도 개명 요구"
태영호 "北, 무리수 써서라도 아들 찾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80여년간 '3대 세습'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에서 4대째에 첫 '여성 수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모인 김여정을 밀어내고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 기념 우표에도 실리는 등 김주애가 김 총비서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서들이 적지 않다. 반면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탄생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령에게만 쓴 '존귀하신' 단어, 김주애도 수식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일 '세종논평'을 통해 "현재 김주애가 김 총비서의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평가한다"며 "그리고 앞으로 10~20년 후 일정 시점에 가서는 김주애가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어 그에 상응하는 직책과 권한을 위임받겠지만, 지금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시작했다고 본다"고 했다.
정 실장이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을 단정 짓는 단서는 북한 선전매체인 '로동신문'에 실린 표현들이다. 로동신문은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수식어는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 그리고 김 총비서와 같은 현재 수령에게만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또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보도를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주애를 '모셨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김주애가 김 총비서 다음가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된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 역시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증거로 봤다. 북한은 과거에도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남성들에게 개명을 요구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우표에까지 등장했다면 그것은 후계자로 이제 굳혀가는 것"이라며 "아무리 건강이 안 좋아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의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김주애 후계자설'을 긍정했다. '김주애의 나이가 지나치게 어린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는 김 총비서 본인이 후계자로 내정된 지 3년도 안 돼 아버지의 죽음으로 권력을 세습 받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봤다. 건강 상황을 고려해 미리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냥 '딸바보'일지도?…후계자는 미지수
하지만 김주애가 벌써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북한식 후계자 방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10살 딸을 벌써 후계자로 한다는 것은 아무리 북한 체제가 비합리적이라도 위험이 크고, 오히려 북한식 후계방식에도 맞지 않는다"며 "북한식 후계방식은 마지막까지 숨기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그냥 일단은 (김 총비서가) 딸바보(각별히 딸을 아끼는 아버지)"라며 "'백두혈통' 신성 가족 이데올로기로, 북한 주민들에게 하나의 마스코트를 제공하고 또 거기에 맞는 어떤 가족 스펙터클을 제공해서 이걸 통해서 민심을 관리하고 주민들을 동원하는 하나의 연출"이라고 봤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딸인 김주애가 과연 후계를 물려받을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표했다. 어떻게든 남자 후계자를 만들려 했던 북한의 과거에 비춰볼 때 딸이 김 총비서의 자리를 물려받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제일 맏이가 김정남이었지만 비공식 결혼을 했으니까 (그를) 내세울 수 없고, 합법적 결혼을 해서 낳은 아이들은 다 딸이었다"며 "그러니 아들을 앉히기 위해서 무리수를 둬서 세 번째로 여성을 맞아들인 게 결국은 김 총비서의 생모"라고 했다.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경우 '백두혈통'의 승계 구도가 바뀐다고도 지적했다. 태 의원은 "만약 김주애도 앞으로 가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엄마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기 아이를 결국은 또 후계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 이게 완전히 혈통 구도가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백두혈통에 이어져 온 북한 수령의 자리가 김주애의 남편 혈통으로 바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후계자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김 총비서의 나이가 지금 40살인데, 앞으로 20~30년을 더 통치할 수 있는데 10살짜리 딸을 후계자로 세우면 그 후계자 쪽으로 힘이 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아무리 딸이라도 권력의 분산을 용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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