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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2배 늘어난 연구예산…여전한 깜깜이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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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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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R&D) 과제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위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우선 수십년 전부터 대표적 '갑질'이었던 연구실 운영비 갹출 사례는 급감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비를 교수가 '공동 경비' 명목으로 맡아서 관리하면서 온갖 비리가 횡행했지만 많이 줄어들었다. 회식비ㆍ비품 구입 등 연구실의 잡다한 경비를 연구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연구재단(NRF)이 2021년 국가 R&D 사업 상세 정산 지적 사항을 분석한 결과 연구활동비 부적정 집행은 2019년 40.2%, 2020년 39.0%에서 2021년 6.8%로 대폭 감소했다. 간접비 집행 지적 사항도 2019년 3.4%, 2020년 2.2%에서 2021년 1.7%로 약간 줄어들었다.


반면 연구 수당을 둘러싼 비위는 여전하다. 국가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한 A대학 교수는 연구를 도운 대학원생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고 연구비를 혼자 챙겼다가 적발됐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여도를 합리적 기준으로 평가해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정부 기준을 어긴 것이다. 국가 R&D 사업을 수행한 연구자들의 가장 흔한 잘못이다. NRF의 상세 정산 지적 사항 분석 결과에서도 전체의 무려 90.6%가 '연구 수당 부적정 집행'으로 드러났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연구 책임자나 참여연구원이 혼자 연구수당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개인별 최대 연구 수당의 70%만 가져가도록 제한됐지만 이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여도 평가 등 합리적 기준없이 지급되는 것도 다반사다. 실집행 인건비의 20%를 초과해서 집행하거나 연구개발 계획서상의 금액보다 많이 쓰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전체 지적 사항 중 연구수당 부적정 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3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2019년 33.3%에서 2020년 58.8%, 2021년 90.6%로 급증했다.


연구비 외적인 비위 행위인 논문 표절ㆍ위변조ㆍ부당 저자ㆍ중복게재 등 다른 연구 비리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58건에서 2018년 110건, 2019년 243건, 2020년 391건, 2021년 195건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중 30~40%가 실제 부정 행위로 확인돼 징계를 받았다. 2019년 91건, 2020년 110건, 2021년 90건 등이다.


이에 대해 연구 현장에선 최근 정부가 기초ㆍ원천 과학 연구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교수들에게 돌아가는 국책 연구 과제(개인기초연구과제)도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기초연구예산을 합쳐 지난해 2조5500억원이 지원돼 2017년(1조2600억원)보다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한동안 교수들 사이에선 "장이 섰다"는 농담이 돌았다. 연구 재정 지원이 풍부해지면서 도덕적 해이도 느슨해졌다. 대통령의 부인 등 사회 고위층들이 연루된 논문 위ㆍ변조 파문이 지속되면서 학계 전반의 연구 부정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늘어난 국가 R&D 재정은 '피같은 세금'이다. 자율적ㆍ창의적인 연구 과제를 장기간ㆍ안정적으로 연구하도록 해 독창적ㆍ독보적 연구 결과를 낳는 마중물이다. 일부 교수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거나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한 갑질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더이상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트렌드 셋터(trand setter)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이기도 하다. 늘어난 연구 재정 지원을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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