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밥상물가 올리고 중소 두부업체 울리는 '수입콩 공매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수입콩 공매제' 최고가 낙찰 부추겨
자금력 풍부한 대기업에서 수입콩 싹쓸이
두부·청국장 등 밥상물가 상승 영향도

지난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왼쪽 6번째부터)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왼쪽 6번째부터)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중소 두부 가공업체들이 수입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정부가 2019년 도입한 수입콩 공매제도가 최고가 입찰 방식이어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물량을 싹쓸이해 간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비싸게 조달한 수입콩이 두부 등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려 밥상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콩은 수입관리품목으로 정부가 수입·공급 물량을 엄격히 통제한다. 수입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직접 배분(직배)·판매(공매)하거나 개별 업체에 수입권을 배분(FTA 수입권배분)·판매(수입권 공매)한다. 한국이 매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하는 콩은 약 30만t이다. 두부 가공업자들은 이를 조달해 두부나 청국장 등을 만들어 시중에 납품한다.

문제는 정부가 50년간 해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2019년부터 수입콩 공매제도를 시행하면서 불거졌다. 낮은 관세로 들여온 수입콩 직배 물량 일부를 경쟁입찰인 공매로 전환한 것이다. 국산콩보다 4~5배 저렴한 수입콩으로 국산콩 재배 농가가 피해를 입어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수입콩 직배물량은 2017년 16만3000t에서 지난해 13만7000t까지 줄었다. 반면 수입콩 공매물량은 2019년 3433t, 2020년 4000t, 2021년 8200t, 2022년 3만8000t 등 지난 4년간 꾸준히 늘었다.


중소 두부 가공업체들은 수입콩 공매제가 기존 취지와 달리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콩으로 만든 낫또·청국장 등이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아지자 수입콩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매 입찰은 대부분 최고가로 이뤄진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 이뤄진 총 10회의 공매 중 3회에서 수입콩 4500t 전량이 최고가로 낙찰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kg당 수입콩 공매 최고가는 1610원으로 직배 공급가(1400원) 대비 15% 높았다.


더욱이 동일가격 응찰자가 2인 이상이면 응찰 물량이 많은 자가 가져가기 때문에 대기업이 유리한 구조다. 전국 약 1500개 기업이 있는 두부제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영세한 기업이 많다. 가뜩이나 중소기업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조사와 투찰 등 공매 참여를 위한 전문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 공주시 소재 한 두부가공업체 대표는 "지난해 여름엔 수입콩 공매에 실패해 며칠간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면서 "납품처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큰 손실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곡물가격 인상 기조에 공매로 인한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두부 등 완제품 가격이 치솟는 등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A대기업이 유통하는 수입콩으로 만든 한 찌개두부(300g)의 평균가격은 2020년 2월 1225원에서 이달 1618원으로 32% 올랐다.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산콩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잦고 가격 자체도 훨씬 높아 수입콩 두부와는 전혀 다른 시장인데 정부가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국산콩 농가는 보호할 국민이고 1500개 두부제조업체는 국민이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등 두부 제조업 단체는 지난해 11월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과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만난 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수입콩 공매제를 폐지하고 직배를 통해 동일 가격으로 실수요자들에게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매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이를 즉각 납품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측은 직배 방식이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공매제 폐지를 거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중소기업 단체인 중기중앙회 차원에서 공식 건의한 안건을 일부 단체의 이견일 뿐이라며 문제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오는 3~4월께 수입콩 물량을 확정해 기존처럼 공매 일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업이 잘되는 곳은 공매를 유지해달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폐지해달라는 등 두부 가공업체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르다"면서 "앞으로 콩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은 국산콩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