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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 역사의 페이지마다 등장…최고령 회원이 10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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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이야기]①- 서울·한양컨트리클럽

골프코스 만들어진 곳…72년 '한지붕 두가족' 합쳐
자연조건 최대한 활용…봄 벚꽃·가을 단풍 장관
아널드파머 내한 경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이벤트

‘한국 골프의 요람’.


경기 고양시 원당동의 서울·한양컨트리클럽(CC) 진입로에는 이 문구를 새긴 커다란 간판석이 서 있다. 해방 이후 생긴 한국 최초의 골프장 서울CC와 국내 첫 상업골프장 한양CC가 공존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골프 코스가 태동한 장소임을 함축한다. 겨울철 휴식기를 끝내고 지난 3일부터 다시 문을 연 서울·한양CC에서는 북한산 자락을 병풍 삼아 골퍼들이 평화롭게 라운드를 즐기고 있었다.

서울·한양컨트리클럽(CC) 진입로에 서 있는 간판석

서울·한양컨트리클럽(CC) 진입로에 서 있는 간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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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한양·서울CC'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삼릉' 자락에 먼저 터를 잡은 골프장은 한양CC다. 1964년 9월 18홀로 개장했다. 이후 1970년 18홀을 증설해 국내 최초 36홀 골프장으로 거듭났다. 서울CC는 일제 강점기인 1924년 만들어진 경성골프구락부가 전신이다. 1930년에 국내 최초로 군자리(현 서울 광진구)에 정규 18홀 코스를 개장했고, 한국전쟁 이후 복구공사 등을 거쳐 1954년 7월 군자리코스가 18홀로 다시 문을 열었다. 1972년 군자리코스에 어린이대공원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서울CC는 입지가 좋은 한양CC 주식을 100% 인수하고 현재 코스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왔다.


내년이면 서울CC는 법인 발족과 개장 70주년, 한양CC는 개장 60주년을 맞는다. 유서 깊은 골프장인 만큼 시설 곳곳에서 오래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유럽식 산장(山莊)을 콘셉트로 지은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세월의 흔적을 담은 트로피와 골프 클럽이 전시돼 있다. 로비 한편에는 벽난로도 놓여 있다. 테이블과 의자 등 회의 공간에서 쓰는 목조 가구도 수십 년 전 형태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서울·한양CC의 골프 코스는 계절마다 만발하는 꽃들과 가을단풍이 볼거리다.[사진제공=서울·한양CC]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서울·한양CC의 골프 코스는 계절마다 만발하는 꽃들과 가을단풍이 볼거리다.[사진제공=서울·한양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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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CC 골프 코스는 당시 안중희 그랜드호텔 사장과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골퍼 연덕춘 씨가 설계했다. 서울·한양CC가 발간한 골프장 역사서에 따르면 연 프로는 "지형의 높낮이를 표시한 지도나 코스 설계도도 없었다"며 "새끼줄을 들고 '여기는 페어웨이, 이쪽은 그린'이라고 표시하며 눈대중으로 현장 설계를 했다"고 회고했다.

측량 기술이나 장비가 부족한 대신 수작업을 통해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서울·한양CC 골프 코스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56만평(약 185만㎡) 규모의 소나무 숲에 부지를 조성해 나무가 울창하고, 계절마다 만발하는 꽃들도 볼거리다. 구코스 10번 홀은 봄에 카트 도로를 따라 벚꽃 터널이 장관을 뽐내고, 가을에는 단풍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코스다. 표재성 서울·한양CC 본부장은 "지난해 클럽선수권대회에서 그린 스피드가 3.5m 이상 나올 만큼 잔디 관리 상태도 좋아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프 대회도 서울·한양CC와 맥을 같이 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우승자를 시상한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는 첫 대회부터 15회까지 서울CC에서 열렸다. 1958년에는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 모두 참가할 수 있는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막을 올렸는데 서울CC가 가장 많은 18회, 한양CC가 12회를 각각 개최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골프 종목도 이곳에서 진행했다. 1983년에는 골프 전설로 불리는 故 아널드 파머(미국)가 서울·한양CC에서 내한 시범경기를 했고, 1993년에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자인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내방하는 등 유명 인사들도 이 골프장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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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도 현역…회원 자부심 높아

서울·한양CC 회원권을 보유한 이들은 지난해 기준 총 2684명이다. 서울CC 회원권이 1194명, 한양CC 1490명이다. 골프장 역사만큼 원로 회원 비중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평균연령이 70세를 웃돈다. 90세가 넘어 지금도 주기적으로 라운드를 즐기는 회원이 여럿이다. 서울CC 회원권 보유자 가운데 90세 이상은 39명, 한양CC는 27명으로 고령 골퍼가 40명 중 1명꼴이다. 최고령 회원은 1922년생으로 100세가 넘었다.


표 본부장은 "서울에서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데다 국내 최초 골프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입한 지 50년이 넘은 회원은 물론 대를 이어 회원권을 보유하는 이들도 상당수"라며 "자부심이 남달라 다른 골프장 회원권을 매각하더라도 이곳은 마지막까지 소유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입회 자격도 규정이 분명하다. 회원권을 구입하더라도 누구나 가입할 수는 없다. 기존 정회원 3명의 추천이 필요하고 입회를 신청하면 서류심사와 2주간 공고를 거친 뒤 기존 입회자들과 라운드 심사까지 마쳐야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거나 회원간 친목도모에 누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의 입회를 구별하고, 골프 매너 등 질적 향상을 도모해 건전한 골프문화를 형성하려는 취지라고 골프장 측은 설명했다.


서울·한양CC는 2015년 9홀 대중골프장인 한양파인CC를 개장하고 2018년에는 60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도 마련하는 등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1985년 증·개축한 클럽하우스도 안전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표 본부장은 "전통이 있는 골프장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회원들의 자부심도 높이기 위해 초창기 시절부터의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존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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