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새해 첫 출근날부터 지하철 선전전을 벌였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경대응 방침에 따라 지하철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다.
2일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선전전에 들어갔다. 지난달 20일 오 시장의 휴전 제안에 응해 시위를 중단해왔지만 지난해 통과된 예산안에 전장연의 요구가 0.8%만 반영됐다며 이날 다시 재개됐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권리예산을 촉구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다시 나왔다"며 "21년 동안 장애인도 지역에서 노동, 이동, 교육할 권리를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새해 첫 전장연의 시위였지만 진행은 순탄치 못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제재에 발언과 지하철 탑승 모두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법원은 열차 운행을 5분을 초과해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고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데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이날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삼각지역 4호선 승강장(숙대입구 방향)엔 시위 시작 전부터 이미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경찰들이 길게 늘어서 전장연의 출입을 대비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출입이 막히자 박 대표는 “법원 조정안에 따르면 5분안에 승차하면 되지 않느냐, 왜 막느냐”며 항변했다. 하지만 삼각지역장은 “안내 방송을 통해 이미 고지했다. 탑승 불허하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발언 도중에도 15~30초에 한번씩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시기 바랍니다. 퇴거불응 시에는 공사는 부득이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서울교통공사 삼각지역장의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전장연이 지하철에 올라타지 못했지만, 장애인 활동가, 경찰, 서울교통공사 직원으로 승강장이 뒤엉키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인파에 막혀 지하철 탑승을 놓친 한 시민은 "뭐 하는 거야 지금 다 끌어내"라며 분노를 표출했고, 지나가던 한 노인은 "한두번도 아니고 뭔 짓이야. 올 때마다 이러고 있으면 어떡하나”라며 소리쳤다.
전장연은 향후 다양한 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유보하고 5분 이내로 탑승하는 출근길 선전전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론 지하철 문화전, 사진전 등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동도 함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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