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_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아기 북극곰 크누트를 기억하는가. 2006년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크누트는 잡지 표지와 상품, 심지어 영화에도 등장했던 세계적 스타였다.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림받은 그를 두고 초기에는 '인간이 곰의 삶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헨동물원의 책임자가 '어미가 버린 새끼는 죽도록 두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곰을 죽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시민들의 각종 시위와 반발로 이어졌다. 이후 크누트는 베를린 동물원의 보호 아래, 사육사의 손에서 자랐다.
미국 월가에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과거 크누트가 어미에게 버림받았던 당시 일부 주장처럼 "곰을 죽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한 '곰을 살려주세요 : 이뤄져야 하는 인플레이션 논쟁'(Spare the bear: the inflation debate that should be happening) 보고서다.
진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대표, 알렉스 브레이저 부대표는 이 보고서에서 최근 경제 상황이 북극곰 크누트와 비슷한 운명에 직면해 있다고 비유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곰(경제)을 죽게 내버려 두자'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고 먼저 말한다. 하지만 Fed의 생각처럼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곧바로 지적했다. 현시점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에 앞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은 예년과 다르다. 일단 공급망 충격에 의해 주로 발생했다는 점, 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첨예한 균형 등에서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최근 연이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물가 정점조차 확인되지 않자, 이제 시장에서는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그렇기에 보고서는 현시점에서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그리고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속도는 무엇인가."
보이빈 대표와 브레이저 부대표는 Fed가 경기침체 없이 목표치 2%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깊은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순'도 지적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성장에 미칠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천천히 금리를 올려 대응에 할 경우, 더 오랜 기간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점이 선택 비용이 될 수 있다.
다시 크누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인간의 손에서 자란 크누트는 더 이상 동족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4세에 연못에 빠져 숨졌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씁쓸하게도 지금 중앙은행이 고민해야 하는 것 역시 "무엇이 '덜 나쁜 결과', 즉 차악이 될 것이냐"가 될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