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타자만 치면 月 335만원 제공"…동남아서 사라진 대만인 5000명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동남아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유인해 강제로 범죄에 가담시킨 대규모 인신매매단이 대만 경찰에 붙잡혔다. 일각에서는 대만 국적의 범죄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차이잉원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만 경찰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대규모 인신매매에 가담한 조직원 67명을 체포했다.
이들 조직원은 일자리에 목마른 젊은 사람들을 범죄 대상자로 삼았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남아 국가에서 일할 18∼35세의 인재를 대규모로 모집한다며 해외 취업을 도와주겠다는 식의 구인 광고를 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다루고 타자만 칠 줄 알면 근무할 수 있다" "약 2500달러(약 335만원)의 급여를 제공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광고에 속은 피해자들이 현지에 도착하면 조직원은 휴대전화나 여권 등을 빼앗고 숙소에 감금했다. 이후 피해자들을 강제로 사기 범죄에 가담시켰다. 피해자들은 주로 또 다른 범죄 대상자를 찾아 무작위로 이메일을 발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동남아에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고 유인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유인에 실패하면 폭행을 당하고 음식을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조직원은 현지 범죄 조직과 연결돼 피해자들의 장기를 밀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피해자 상당수가 대만인으로 확인되면서 대만 정부는 즉시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납치된 자국민 일부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300여명의 피해자가 현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최근 5000명가량의 자국민이 동남아로 출국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밝히며 피해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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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만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차이잉원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며 동남아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만큼 이번 사태는 정책 실패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야당은 많은 대만인이 피해자가 됐다며 집권당의 무대책을 맹비난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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