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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성장' 유럽 유니콘기업…경기침체 폭풍우 피해갈까[글로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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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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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 ‘제2의 페이팔’로 불리는 스웨덴 후불결제업체 클라나는 최근 몇년 사이 유럽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타트업으로 조명받았다.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등하면서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현금 보따리를 들고 클라나를 찾았다. 2020년 9월 클라나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급등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증시가 흔들리면서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얼어붙자 클라나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67억달러로, 1년전 456억달러에 비해 무려 85% 폭락했다.


클라나의 사례를 보며 유럽 스타트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나 아시아에 비해 스타트업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최근 수년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벤처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아시아의 스타트업들에 비해서도 탄탄한 체력을 자랑했다. 과연 유럽 스타트업들은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기침체라는 폭풍우를 피할 수 있을까.

◆ 성장속도 빨랐던 유럽 스타트업들

유럽의 스타트업과 VC 시장은 미국이나 아시아에 비해 작다. 15일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생긴 글로벌 유니콘 기업 590개 중 60% 이상이 북미에서, 23%가 아시아에서 나왔다. 유럽은 71개로 12% 수준에 머물렀다. 클라나를 비롯해 영국 바이오 기업으로 지난해 기업공개(IPO)한 옥스포드 나노포어, 프랑스의 네오뱅크인 콩토 등이 대표적인 유럽의 유니콘 기업이다. 유럽은 과거 다른 지역에 비해 VC 투자 규모가 작고 대규모 투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유럽의 스타트업과 VC 시장은 최근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통계업체 스태티스타를 인용,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유럽의 스타트업 수는 2015년 1850개에서 2020년 6600개로 급증했다. 유럽의 VC 투자는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처음 1000억유로(약 135조원)를 넘어섰다고 피치북은 밝혔다. 전 세계 VC 투자 규모를 보면 유럽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2020년 이후 두 배 커졌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유럽의 유니콘 기업 탄생 갯수(출처=피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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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북은 "2018년 이후 유럽의 유니콘 기업 탄생 비율이 거의 매해 미국과 아시아를 넘어섰다"면서 "유럽의 벤처 생태계가 미국이나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확립돼 있지만 지난 10년 간 상당히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성장했는데,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프랑스 등 유럽에서 기술 투자의 필요성을 깨달으면서 이를 양성하기 위한 투자 확대 등 노력을 기울인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고 핀테크를 비롯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점 또한 유럽 VC와 스타트업 시장을 키웠다. 이 기간 중 미국 투자자들은 비용 대비 투자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보고 유럽 스타트업과 VC 시장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의 투자자들이 유럽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거래의 수는 2017년 915건에서 2020년 1470건으로 서서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2210건으로 대폭 확대되기도 했다.

◆ 경험많은 유럽 기업들, 위기에 강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해온 유럽 스타트업과 VC 시장을 공포로 내몰고 있는 건 바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상승,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유럽에서도 클라나와 독일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인 고릴라스 등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리해고에 나서며 비용 감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유럽 스타트업이 미국이나 아시아에 비해 경기 흐름을 덜 타는 것으로 분석된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유럽의 2분기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1분기 대비 13%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5%의 감소폭을 보인 미국과 아시아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견디는 모습이다. 유니콘 기업 탄생 건수도 올해 상반기 기준 유럽이 42개로 지난해 상반기(38개)를 넘어섰다. 북미와 아시아가 같은 기간 각각 143개, 42개로 지난해 상반기 규모의 80% 수준에 그쳐 유럽의 VC 시장이 상대적으로 현 상황을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피치북은 현 시점에서 유럽의 VC 투자 규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억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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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이러한 유럽의 VC와 스타트업 시장 상황을 전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 침체기에 잘 견딜 수 있는 몇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유럽의 유니콘 기업 창업자 200명 가량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은 이전에도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유럽의 스타트업이 미국 등에 비해 지리적으로 거점을 넓혀 다각화를 해둔 점이 위기 상황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스타트업 5곳 중 1곳 만이 자국에만 본사를 두고 절반 이상은 3개국 이상에 지사를 두고 있어 미국 실리콘밸리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고비"

다만 유럽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견디는 모습이 일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미 연방준비제도(Fed)나 신흥국 중앙은행에 비해 금리인상 속도가 더디다. Fed가 지난 3월부터 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에 비해 ECB는 넉달 늦은 7월에서야 긴축에 들어갔다. 이같은 거시 경제 상황이 그동안 유럽 스타트업에 보호막을 제공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은 여의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유럽 대륙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더 심각한 경기 하락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점 때문에 더 기다리지 않고 유럽에 2분기 중 자금을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전했다.


날린 파텔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VC 생태계에서 정리해고를 보고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곳들을 보고 있으며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성장한 기업들이 그렇다"면서 "이러한 기업들은 향후 수개월간 진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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