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발사 하루 앞두고 15일 오후 사전 점검 중 이상 발견
산화제 탱트 충전량 계측 센서 작동 안 돼,
발사대에서 내려져 조립동 이송후 정밀 점검 중
향후 발사 일정 미지수, 항우연 "고장 정도 따라 달라져"
전문가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차분히 지켜봐야"

"멀쩡하던 센서가 왜"…누리호 2차발사, 어떻게 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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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대한민국의 첫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완성을 위한 두 번째 발걸음을 채 내딛지 못했다. 계측 센서 이상이 발견돼 16일 오후 2차 발사가 취소된 채 점검에 들어갔다. 원인에 따라 일주일내 재개 또는 최소 한 달 이상 연기되는 등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비난 여론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세계 우주 강국들도 흔히 겪는 일인 만큼 의연히 여기고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센서 이상에 중단, 원인은 불명

누리호는 15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돼 오후부터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후2시5분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기술진이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기체가 누운 채로 이동해 세워졌는데도 산화제 탱크 충전량 측정 센서의 계측치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긴급 점검을 한 결과 KARI 기술진은 해당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장 기술진들이 총출동돼 다음날 발사 일정을 맞추기 위한 즉시 수리 여부를 판단했지만 기립된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KA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 일단 누리호를 발사대에서 내려 조립동으로 이송한 뒤 정밀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원인은 3가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센서 자체가 고장났을 경우, 혹은 전선이 끊어졌을 경우, 또는 정보를 수집해 표시해주는 터미널이 고장났을 경우 등이다. KARI는 일단 뜯어 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고정환 KARI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직후 브리핑에서 "현재는 빠른 점검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밸브가 장착된 산화제 탱크 뚜껑을 분해해서 살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센서가 지난해 10월 1차 발사를 앞두고 진행된 웻드레스리허설(산화제 주입 및 배출 실험)때나 1차 발사 때도 정상 작동했었다는 점에서 오작동 이유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KARI 측은 이 센서에 대해 "국내 제작품"이라면서도 업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준비나 사전 점검이 미흡했거나 기술 부족이라는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일을 하루 앞둔 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누리호가 기립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일을 하루 앞둔 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누리호가 기립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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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발사 일정 '안갯 속'

누리호는 일단 발사대에서 내려져 이날밤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으로 이송을 마치고 정밀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16일 오후 발사는 취소됐다. 만약 전선ㆍ터미널 등 쉽게 교체ㆍ점검할 수 있는 고장이면 오는 24일까지로 설정된 예비 기일 내에 발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센서 및 관련 부품을 통째로 교체하는 등 복잡한 사안일 것으로 판정되면 최소 1달 이상 시간이 걸려 발사 일정도 장기간 미뤄지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비 기일 내 실패할 경우 누리호 발사 날짜를 다시 잡으려면 기상 상황과 우주물체ㆍ태양의 상황 외에도 여러 통제를 위해 국내ㆍ외 기관간 조율ㆍ통보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분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당한 기간 누리호 발사가 연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1차 발사 때는 무사히 작동했다는 점을 고려해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전세계 우주 강국이나 스페이스X 등 최고 기술 보유 민간기업들도 흔히 겪는 일인 만큼 질책 보다는 극복하도록 응원하고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실제 브라질은 1980년대부터 우주발사체 VLS를 개발했지만 고체 모터를 못 만들어 폭발 사고로 21명이 목숨을 잃는 등 대형 참사를 겪은 끝에 결국 2016년 프로젝트를 접었다. 유럽연합(EU)도 1960~70년대 유로파-1, 유로파-2를 개발하다 3단 자동종단시스템ㆍ페어링 분리시스템의 오류로 모든 비행 시험에서 실패한 후 사업을 포기했다. 미국은 퍼체론(Percheron) 발사체를 개발하다 산화제 탱크 가압시스템을 못 만들어 실패했고, 코네스토가(Conestoga) 발사체는 제어시스템 개발에 실패해 접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 성공에 대항해 달 탐사를 위한 N-I로켓을 만들다가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요즘 재활용 로켓 '팰컨9'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스페이스X도 팰컨1 발사체를 만들다가 추진시스템이나 엔진 진동현상을 잡지 못하고 단 분리에 실패하는 등 우여 곡절을 겪었다. 최근에는 화성 탐사용 대형발사체 '스타십'을 개발하다 몇 차례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일본도 H-II로켓 개발 과정에서 공진 현상에 애를 먹었고 심지어 엔진 폭발 사고로 기술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인도도 GSLV 로켓을 개발하면서 저온엔진 기술 개발ㆍ이전에 난항을 겪었다. 최근엔 지난 12일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아스트라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소형 위성 등을 실은 로켓 3.3을 발사했지만 1단과 2단 분리 직후 이상을 일으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는 등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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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른바 우주 강국들도 자주 겪는 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오히려 발사 전에 발견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질책 보다는 격려와 함께 차분히 지켜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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