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2007년 코바나컨텐츠를 창업했다. 전시 기획을 주업무로 하는 회사로 하와이의 코나와 쿠바의 하바나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사업가 김건희'는 이제 없다.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일을 접었다. '사업가 퍼스트레이디'를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한국적 현실에서 아직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통령 배우자상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장면이다.


김 여사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허위 이력 의혹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던 것들이 주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26일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울먹이며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과하던 장면도 잔상이 또렷하다. 그러나 그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의사 결정 행태는 어떤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는 이가 드물다.

그나마 김 여사의 생생한 모습이 노출된 것은 지난해 그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했던 7시간 45분 분량의 '김건희 녹취록'에서다.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한다"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것" 등의 발언은 파장이 상당했다. 거침 없는 얘기였고 선거 운동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올해 초 김 여사를 만났던 <월간조선> 기자는 김 여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했다. "(나는)성격이 돌직구에 가깝다. 에둘러 말하는 성격이 못 된다. 그래서 누구에게 의존하는 성격이 아니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저를 딸처럼 생각해 많이 챙겨주려고 한다. 그러나 난 윤석열 아내이기 이전에 사업가 김건희였다. (남편은)내 일에 별다른 터치를 안 한다. 서로의 상황과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다." 지난 달에 만난 윤 대통령의 한 측근도 비슷한 말을 했다. "(김 여사는)그립감이 상당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윤 대통령 보다 강한 것 같다. 대통령도 김 여사의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된 지금 김 여사는 '계륵'이 됐다. 대통령 배우자를 위한 조직인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으로서는 선뜻 다시 부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밀한 관리 없이 지금처럼 김 여사가 움직이다가는 정국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동행한 인물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란이 생긴 것이 한 사례다. 대통령 배우자가 움직일 때는 기본적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사적 방문'이라는 개념을 갖고 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김 여사의 경우 모친과 오빠와 관련해서도 이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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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상황을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김 여사의 움직임은 관리권 밖에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내조만 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고 내조만 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대통령의 배우자, 친인척 문제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기에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제다. 더 늦기 전에 배우자 담당 조직을 만들고 대통령실 특별감찰관도 임명하는 게 좋겠다.


소종섭 정치사회부문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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