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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뛰는 한국 영화감독들 "아르헨티나보다 열악하다니…"

최종수정 2022.05.18 11:27 기사입력 2022.05.18 11:27

한국영화감독조합, 호사리오 말도나도 AVACI 회장 대담
"한국서 '공정한 보상' 이뤄져야 인도, 중국도 연쇄적 수혜"
"1996년 베른 협약 가입해 꾸준히 목소리 내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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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영화감독과 작가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뛴다. 연출료나 작가료 외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흥행에 따른 보너스 정도다. 영화가 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송출돼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모든 권리가 투자배급사나 제작사에 양도돼서다.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만듦새를 인정받지만 법·제도 모두 창작자를 외면한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자부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사를 무색하게 한다.


법 개정을 주장해온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16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불공정을 공론화했다. 호사리오 말도나도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 회장을 초청해 대담 '국경을 넘어 영상저작자의 기본권을 말하다'를 진행했다. 아르헨티나 감독조합 사무총장이기도 한 말도나도 회장은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영화 감독들이 '공정한 보상(Fair Remuneration)'을 받지 못한다는 현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문화 약소국의 창작자 권리마저 그릇된 요구로 인식될까 걱정된다"며 "하루빨리 보호해야 인도, 중국 등 영상 저작권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나라들까지 연쇄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저작권법 개정은 중남미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콜롬비아, 칠레, 우루과이 등이 서둘러 움직임에 동참했다. 브라질도 최근 개정을 앞두고 있다. 말도나도 회장은 "아르헨티나는 1935년에 저작권법이 제정됐으나 창작자의 권리는 2004년에야 보장됐다"며 "감독 다섯 명이 처음 개정을 주장했을 때 영화인 대다수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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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저작물의 부가적 이용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사용료를 저작자가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하며 그 권리는 포기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다는 내용이다. '해운대(2009)'·'국제시장(2014)'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공정한 보상은 '당연한 보상'"이라며 "법제화한 서른세 나라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영화의 송출 권리를 사들이면서 창작자에게 일정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당연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보상은 감독·작가가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영위하게 하는 동력과 같다"고 역설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허스토리(2018)' 등을 만든 민규동 감독은 "법제화가 늦어지면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는 '베른 협약'에 따라 저작권료를 한국 감독들에게 지급하고 있다"면서 "반대로 한국에서 프랑스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호혜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베른 협약에는 저작권자를 국적에 상관없이 보호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베른 협약에 가입했다. 말도나도 회장은 이를 문제 해결의 단초로 봤다. "아르헨티나는 베른 협약 가입을 계기로 저작권법을 개정할 수 있었다"며 "한국은 이미 여건이 마련돼 창작자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많은 창작자가 동참한다면 DGK 또한 집중관리단체(CMO)로 격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CMO는 저작권 소유자를 대신해 저작물을 관리하고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단체다. 다른 국가·지역의 여러 CMO와 계약을 맺어 발생하는 수익을 창작자에게 어떻게 지불할지 결정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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