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호실적을 기록한 미국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성과급 파티가 끝나자 마자 찬물을 맞았다. 이번 주 공개되는 1분기 주요 은행들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무려 35%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투자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어닝시즌 여는 美은행, 암울한 1분기
미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3일(현지시간) 1분기 어닝시즌을 개시하는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를 시작으로 14일에는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18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각각 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레피니티브 I/B/E/S 분석 결과, 이들 6대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3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뉴욕 맨해튼 소재 투자은행(IB)인 키프브루예트앤즈우드의 크리스토퍼 맥그래티 애널리스트는 "1분기는 대형 은행들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가장 큰 역풍은 IB에서 36%, 트레이딩에서 18%의 매출 감소"라고 전했다.
경제매체 CNBC는 올해 1분기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수익이 전년 대비 6.1%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 부문은 22.9% 뒷걸음질 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대형 은행일수록 이러한 감소폭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는 주요 5대 은행의 IB 수수료가 평균 26%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 전쟁에… 자본 시장도 ‘꽁꽁’
이러한 실적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 1분기 공모량은 201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인 2021년 1분기에 특수목적법인(SPAC)을 중심으로 공모 붐이 일며 월가 수수료 잔치가 벌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변동성이 큰 상품시장에서의 손실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예치한 대손충당금 환입 이슈도 소멸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월가 투자 은행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서한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손실 규모가 1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시티그룹의 대러 익스포저는 약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시티그룹은 최악의 경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억~45억달러를 잃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앞서 증권가는 대형 은행들의 실적 전망도 낮춘 상태다. 파이퍼샌들러의 제프리 하트 애널리스트는 "거시적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자본시장 수익과 관련한 역풍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대형 은행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순이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했다.
◇"1년 내 美 경기 침체 가능성 28%"
모건스탠리는 투자자 노트를 통해 "은행들이 앞으로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순풍을 앞두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위험 요소도 명백히 증가했다"면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긴축을 가속화하며 경기 둔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도 (위험 요소에) 포함된다"고 평가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안에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28%에 달했다. 이는 지난 1월 설문조사 당시보다 10%포인트 오른 것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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