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전쟁 우려로 인해 매수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1950년대 성장주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유명한 필립 피셔가 한 말이다. 요즘 이 말을 되뇌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가보지도 못한 우크라이나를 두고 세계 최강국 미국과 러시아가 총구를 겨누고 있어서다.

전쟁은 보통 사람들에게 공포다. 재산은 말할 것도 없고 생명조차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 더구나 초강대국들끼리 한판 붙을 수 있다니 그 파장이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두려움에 세계 증시도 동반 급락을 했다. 공포에 질려 주식시장을 떠날 것이냐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피셔처럼 위기를 기회로 보는 이들도 있다.


피셔는 주가가 명목 화폐 가치로 표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화폐의 가치는 전쟁 이전보다 떨어지게 된다. 전쟁은 언제나 통화 팽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쟁 위협이 고조되거나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는 시점에 주식을 팔아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자금 관리 측면에서 매우 잘못된 것이란 게 피셔의 주장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투자자에게 전쟁은 위기이기도 했지만 더 큰 기회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주 전쟁터가 다른 나라일 때다.) 1990년 이후 일어난 주요 전쟁 때, 증시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결국 1년도 되기 전에 전쟁 전보다 더 올랐다.

실제 전쟁의 결과, 수많은 부자들이 탄생한 경우가 적지 않다. 1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선 2만1000명의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탄생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전설적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은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었던 2차 세계대전 때 주식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70년째 휴전 국가에서 사는 우리나라 투자자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가 있을 정도다. 보통 사람들은 라면 같은 생필품을 사재기 하지만 똑똑한 투자자는 관련 주식을 산다. 실제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증시는 굳건했고, 일부 전쟁 관련주들은 강한 시세를 내기도 했다.


심상찮은 국제 유가와 인플레이션 상황이라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많지만 주식시장에서 위기에서든, 강세장에서든 ‘이번은 다르다’는 말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1990년대 이후 전쟁은 주로 산유국들이 집중된 중동에서 일어나다 보니 국제 유가는 전쟁 때마다 불안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결과인 지금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공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2차 대전 직전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변수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로 작용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기회란 것은 다수의 견디기 힘든 희생 위에 생긴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미국에 2만명이 넘는 새로운 거부를 탄생시킨 1차 대전의 결과로 미국 정부는 250억달러에 달하는 빚을 져야만 했다. 이에 대해 ‘전쟁은 사기다’라는 책을 쓴 미국 해병대 사령관 출신 스메들리 버틀러 장군은 “전쟁의 대가로 미국 국민은 아들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빚을 갚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템플턴이 전설적 투자자가 되는 토대가 됐던 2차 대전의 경우 사망자만 수천만명이었다.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소련은 전쟁으로 인구의 15%인 3000만명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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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죽는 건 가난한 이들이다.”(사르트르)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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