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지속된 논의에도
부처간 합의 이뤄지지 않아
과기부-국토부, 올해 실증 추진
내년 고속도로 시범사업 계획

글로벌 경쟁속도는 더 빨라져
작년 7억달러 규모였던 시장
2035년 6299억달러 전망

완성차·통신장비업계 혼란 지속
전문가 "전기차 충전 혼란처럼
소모적 상황 발생 가능"

2024년 이후에야 단일 표준화…미래車 기술개발 줄줄이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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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차민영 기자]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지난해 7억달러(완전 자율주행차 기준)에서 시작해 2025년 314억달러, 2030년 3109억달러, 2035년에는 629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기술이 차량사물통신(V2X)이다. 차량사물통신은 넓게는 차량이 공공도로, 다른 도로 사용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표준과 기술을 뜻한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운행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기술이다. 자율주행차 산업에 수반되는 자동차·통신·전자산업까지 관련 산업은 향후 자율주행기술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견차에 표류하는 표준

차량사물통신 기술은 국토교통부가 수년전부터 와이파이 기반의 DSRC를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해외에서 먼저 개발중인 기술로 안정성이 담보됐지만 통신 거리가 1km 미만에 불과해 도심을 벗어날 경우 활용도가 극히 낮아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대안으로 개발된 기술이 이동통신 기반의 'C-V2X' 기술이다. LTE와 5G 기술을 기반으로 해 통신거리가 수km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전송속도와 지연속도가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표준화 이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존 DSRC 기술이 갖고 있던 단점을 대부분 해결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게 됐다.


진보된 기술과 미국, 중국의 단일 표준 선택으로 'C-V2X' 기술이 급부상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 자동차 업계까지 나서 우리나라 차량사물통신 기술 표준으로 'C-V2X'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나섰지만 국토부는 이미 기술 개발이 완료됐다는 점과 안정성을 들어 'DSRC'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두 부처간 이견이 극에 달하며 기재부, 청와대까지 나섰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두가지 기술을 모두 실증하고 더 나은 기술을 선택하자며 중재안이 만들어졌지만 관련 업계는 기술적 우위가 분명한 상황에서 실증이라는 단계까지 거치며 차일피일 표준 제정만 미뤄지게 됐다며 한숨 쉬고 있는 실정이다.

과기정통부는 국토부와 함께 올해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차량통신 방식 단일 표준화를 위해 LTE-V2X 기능에 대한 실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고속속도로에서 두 통신방식을 병행하는 시범사업을 거쳐 2024년 이후에야 단일 표준화를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부터 지속된 논의에도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청와대를 거쳐 기획재정부까지 중재에 나서야 했을 정도로 양쪽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며 "표준 제정이 늦어지면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도 뒤쳐질 수 밖에 없어 부처간 이기주의 보다 국가 경쟁력을 우선해 빨리 표준 제정부터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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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인 샤오펑(小鵬·Xpeng), FAW그룹 홍치, 창청자동차(長城汽車·GWM) 등이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 상용차를 내 놓은 가운데 미국도 포드를 비롯한 주요 상용차 업체들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해 표준으로 선택한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 기술 탑재 계획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 기술을 표준으로 정한 뒤 국가 차원의 스마트 차량 혁신 개발 전략을 내 놓았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2025년까지 신규 차량의 절반, 2030년경에는 모든 차량에 이동통신 기반의 차량사물통신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미 FCC가 작년 C-V2X 손을 들어주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속도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특히 국토부가 주장 중인 근거리웨이브 기술은 미국에서 향후 3년 이내 사라진다. 때문에 국내 시장만 보고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신장비업계에서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장비 기술 경쟁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퀄컴을 비롯해 이스라엘 오토톡스, 중국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LTE-V2X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간 5G-V2X용 통신 칩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현대차 역시 퀄컴 칩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우선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솔루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KT의 경우 공공도로에서 C-V2X 버스 시험운행을 마쳤고 AI 음성인식 커넥티드카 솔루션로 출시했다. SK텔레콤도 서울시와 함께 지난 2019년부터 5G 기반 K-시티를 2년여 간 시범 운영하며 5G 기반 V2X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기차 충전 혼란 답습

자율주행차 기술을 가다듬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무인차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통신방식 표준화가 늦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적인 자동차 제조과정이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수많은 중소 부품협력업체가 긴밀히 얽혀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로 호환이 어려운 다양한 방식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부터 부처 간 이견이 불거져 추가로 해야할 실증사업이 늦어진 탓에 그간 DSRC로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기술을 가다듬었던 중소 IT업계에서는 "일단 기다려보자"는 기류가 강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5G 통신 기반의 V2X 시스템 선행연구에 주력하면서도 DSRC에서도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 표준이 어떻게 정해지든 문제 없이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일정 속도 이하로 주행할 때는 운전자가 손을 떼도 가능한 레벨3 정도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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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새로 적용되는 기술은 안전과 직결된 터라 연구개발이나 시범적용단계에서 각 국가는 물론 국제무대 차원에서도 표준화 작업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자율주행 통신방식 역시 미국을 비롯해 중국·유럽에서도 저마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과거 전기차 충전방식을 두고 표준화 작업이 늦어진 탓에 주요 국가나 차량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을 적용하는 등 소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완성차기업이나 부품업체, 인프라 개발회사는 물론 향후 자율주행차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가 국제 표준화 작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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