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내달 기상청 '대전시대' 개막…"수도권 위험기상 대응 강화"
정책부서 등 절반 대전으로…2026년 국가기상센터 건립
수도권 대응 강화하고 교육 강화 통해 예보관 역량 향상
박광석 기상청장 "기후위기·탄소중립 사회적 합의 중요"
[대담=이경호 아시아경제 사회부장, 정리=한진주 기자] 경남 거제시의 지난해 기준 연간 강수량은 2228㎜였다. 그해 8월 거제 장목에 한 시간동안 100㎜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1년 치 비의 23분의 1이 하루도 아니고 한 시간 동안 내린 것이다. 같은 해 7월 발생한 홍수로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독일의 경우도 피해지역에는 72시간 동안 시간당 최대 180㎜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틀간 쉴 새 없이 폭우가 이어졌다.
지난 13일 서호주 온슬로 지역 기온은 호주 역사상 가장 더웠던 1962년 기록(50.7도)과 같은 온도를 기록했다. 폭염과 폭우, 혹한, 홍수, 태풍 등 극단적 이상기후는 이제 이상(異常)이 아니라 이날 표준이 됐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전 세계 정부와 기상당국이 어떤 분야보다 머리를 맞대고 정보교류와 협력에 적극적이며 기상을 안전을 넘어선 안보로 인식하고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상 현상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최근 들어 종전 기록을 경신하는 기상현상들이 예전에 비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상예보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만 보더라도 태풍 찬투와 같이 이상진로를 보이는 태풍도 있었고, 천둥·번개와 우박까지 동반하는 요란한 소낙성 강수가 이례적으로 자주 발생해 예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박 청장은 "기상업무의 기본이자 근간이 되는 기상예·특보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익을 증진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상청에 주어진 책무"라면서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3월 대전 시대를 맞아 기상기후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905년부터 지켜온 서울을 떠나 대전 시대를 맞는다.
△정책부서 등 절반가량이 대전으로 이전하며 2026년 국가기상센터가 건립되면 예보와 지진 등 핵심 부서까지 모두 대전으로 이동한다. 국가기상센터는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친환경 탄소중립 센터로 건립한다. 예보부서는 국가기상센터 신축 이후에 이전할 예정이다. 기상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더라도 ‘기상재해와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기상청 본연의 업무는 동일하게 유지한다.
-수도권 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수도권의 위험기상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수도권지역 예보경험이 풍부한 예보관을 양성해 배치할 계획이다. 수도권기상청은 위험기상에 집중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전국단위 예보를 총괄하는 본청과 긴밀히 협력한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나는 위험기상의 특성을 3차원적인 집중관측 등을 통해서 면밀히 분석하고 디지털소통팀을 신설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언론, 국민들과 소통에 더 노력하고자 한다.
-기후변화시대에 예보의 중요성도 커졌다.
△날씨 정보의 신뢰도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관측 데이터를 정확하고 필요한 만큼 확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확한 모델값을 얻는 것, 세 번째는 이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는 예보관의 능력이다. 셋 중 하나만 떨어져도 하향평준화 된다. 그중에서 예보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예보관 역량은 높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수준별 예보관 교육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2019년부터는 기상예보분야 전문직공무원 제도를 도입해 전문성을 쌓아가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했다. 예보관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관측망을 강화하고 레이더, 위성 등 관측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도 개발인력과 예보관이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예보관이 파악한 문제점을 바로 개선하면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 지난해에는 제주 지진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지난해 12월14일 오후에 발생한 서귀포해역 지진은 남북 또는 동서방향의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반도 주변 남해와 서해 해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 이후 제주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총 13회로 대부분 제주 서쪽 해역에서 발생했는데, 규모 4.9의 이번 지진은 제주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대부분의 내륙 지진이 대체로 동서 방향의 압축응력을 받는 것과 달리 제주 인근 해역에서는 북동·남서 방향의 압축응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와 인근 해역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의 구조가 한반도 타 지역과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제주 인근 해역의 지진유발 단층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조사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선 후지산 폭발 가능성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화산안전지대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활화산으로 분류되는 곳으로는 백두산, 울릉도, 제주도가 있는데, 울릉도와 제주도는 마지막 분화 이후 특별한 화산활동이 관측되지 않는다. 국제화산학회에서는 1만년 이내 화산활동이 있었다면 ‘활화산’으로 분류한다. 마지막 분화를 보면 백두산(1903년), 울릉도(약 5000년 전), 제주도(약 1000년 전) 등이다. 백두산은 2002년부터 2006년에 걸쳐 화산성 지진 횟수가 증가하는 변화를 보였지만 이후 감소했고 최근 4년간의 위성자료와 현지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두산의 화산활동은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백두산 화산활동 감시를 위해 한중 공동연구 등 국내외 협력을 강화하고, 제주도에 화산감시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의 화산활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술 개발과 화산 감시체계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산업계는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비용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을 부담한다면 어떻게 배분할지, 어떤 속도로 추진할지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 탄소중립 부담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이고, 수입국의 입장도 굉장히 중요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세가 대표적 사례다. 그 나라에 수출하려면 탄소(배출)가격을 내재화하는 등 조치가 불가피하다. 탄소중립 이슈도 국제적인 흐름이고 국내도 그 흐름에 맞춰 가게 될 것이다. 속도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방향성은 이미 합의해둔 상태라고 본다.
-남은 임기 포부는.
△2020년 11월 취임 이후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본에 충실하고 소통을 강화했다. 단기예보를 기존 3일에서 최대 5일까지 연장하고, 1시간 단위로 세분화해 제공했다. 어려운 예보 용어는 쉽게 개선하고 정기 예보 브리핑이나 위험기상 때 수시 브리핑으로 급변하는 날씨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도 확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상콜센터가 2021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서비스품질지수(KSQI)에서 중앙정부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들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상기후서비스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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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석 기상청장
▲1967년 경기 출생 ▲동북고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정책학 박사 ▲35회 행정고시 ▲환경부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환경부 환경정책실 환경정책관 ▲대통령정책실 사회수석비서관실 기후환경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제14대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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