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철강 125만t에 25% 관세 철폐
美 철강수요 느는데 쿼터제 묶인 韓 역차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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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7일(현지시간) 일본과도 철강 관세 분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불거졌던 철강 관세분쟁을 조 바이든 정부가 잇달아 해소하는 분위기지만, 한국은 아직 미국과 관련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미국의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현지언론은 미국이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t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 관세를 철폐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 25%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산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돼온 10%의 관세는 이번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의 5번째 철강 수입국이다.

◆EU이어 日과도 악수…바이든 행정부 협상 '속도'= 미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EU와 합의했던 것과 유사하게 특정 물량까지는 관세를 철폐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았으나,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EU는 고율 관세 적용 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철강(약 100만t)은 쿼터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쿼터 330만t을 포함해 모두 430만t의 수출이 25% 관세 적용 없이 가능하고, 이는 고율 관세 부과 전 500만t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회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일본은 관세 면제에 해당했던 철강 수출품도 쿼터에 포함하기로 해, 관련 조건이 EU에 비해 불리하다. 일본의 쿼터인 125만t은 2018년과 2019년 미국이 수입한 일본산 철강의 평균 수준으로, 이미 25% 고율관세가 적용돼 일본의 대미 철강 수출이 줄어든 시점을 기준으로 쿼터를 할당한 것이다.

대신 일본은 철강 제품의 탄소 강도 측정 방식을 놓고 미국과 별도로 협의하기로 했다. 일본산 철강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EU식 방식을 적용하면 교역조건이 나빠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또 시장 친화형 환경을 만들기 위해 6개월 내에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적절한 국내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산 철강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에도 나섰다. 중국산 철강이 일본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산의 정의를 일본에서 '제강된'(melted and poured) 철강이라고 규정했다. 이밖에 미국은 영국과도 관련 협상을 진행중이다.


앞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일본, EU,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EU는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산 물품에 대한 보복관세 방침으로 대응하면서 무역 분쟁이 불거진 바 있다.


◆아직 발도 못 뗀 韓…美 자국기업 눈치보기 우려 =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관련 협상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 내용에 따라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한 바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지난해 기준 269만t으로 29.8%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확장법(232조)에 따른 수출 한도인 268만t을 소폭 초과한 것인데, 협회는 출하날을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수출량은 할당 한도를 넘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강관(강철로 만든 관)류도 지난해 98만t을 수출해 100만t으로 제한량에 못미쳤다.


최근 미국의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로 우위를 점한 EU와 일본에 비해 한국은 쿼터제에 묶여 역차별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한국과의 협상 개시를 촉구했지만,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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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으로 세계 철강 공급이 과잉 상태라는 인식에 더해 쿼터제를 택한 한국은 고율관세를 무는 EU, 일본 보다는 논의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아울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전통적 지지층인 미국 철강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한미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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