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원인 '동바리 철거' 원청 현산 모르쇠 일관

경찰, 역보 무단 설치 '설계 변경' 해당 여부 검토

'광주 붕괴 사고' 현산·하청업체 서로 '네 탓' 수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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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의 과실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


건물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동바리 철거'를 두고 현산 측과 하청업체 간 진술이 엇갈리면서다.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현재까지 관련자 50명을 조사했고 이 중 11명을 형사 입건하고 14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입건자는 현산 관계자 6명, 하청업체 관계자 2명, 감리 3명이며 주요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축법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이다.

문제는 대형 로펌의 법률 조언을 받는 현산 측이 대부분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로 진술을 이어가면서 과실 여부를 들여다 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핵심 피의자인 현산 측 현장소장은 "회사 내부 인사에 따라 현장소장으로 투입된 지 2주 정도밖에 안돼서 상황을 잘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변호인의 조력 하에 피의자 간에 진술이 공유되면서 '폭탄 선언'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설 명절 연휴 기간에 출석 요구를 한 차례 연기하면서 수사 지연까지 불가피해졌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시방서를 보면 30층 이상이나 120m 높이 이상 콘크리트 타설 공사 시 아래 3개 층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동바리를 대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런 규정이 무시됐다.


현산은 "하청업체가 임의로 한 일"이라고 말하고, 철근 콘크티트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는 그 반대의 입장이다.


건물 외장재의 색깔도 하나하나 본사(현산)와 협의를 하는 게 업계 관행이라고 한다. 때문에 '동바리가 철거 됐는지 몰랐다'는 현산 측 현장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보인다.


여러 하청업제도 "원청 지시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스모킹 건'이 아직 없다.


참고할 만한 현장소장의 검토 사인이 들어간 작업일지에는 알폼(알루미늄 재질의 거푸집 자재) 자재 해체가 적혀 있지만 해석의 차이가 있다. 알폼 자재에 동바리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두고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객관적 증거 확보가 관건인 셈이다.


지지대 설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데크 플레이트'를 활용한 공법(무지보 공법)이 단순한 '시공 방법 변경'인지 아니면 '설계 변경'에 해당하는지도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상태다.


설계 변경으로 판단한 감리가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산 측이 이를 묵살했는지 따져보기 위함이다.


특히 데크 공법을 사용하며 40~50t에 달하는 받침대 역할을 하는 역보(역 'T'자 형태의 수벽)를 무단 설치한 것을 두고서도 '설계 변경'에 해당하는지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39층 아래 PIT(설비 공간) 층에 설치된 역보 7개가 슬라브의 하중에 버티지 못하고 깨지면서 충격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향후 책임 소지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역보 설치는 하청업체가 먼저 제안을 했고, 현산 측은 구조 검토까진 필요 없다고 판단, 별다른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다른 수사 핵심인 '콘크리트 양생 부실'도 들여다본다. 공시체(샘플)가 28일 지났을 때 1㎥당 24메가파스칼이 나오면 정상이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강도 측정을 통해 사고 당시 날짜로 역산해서 기준에 맞는지 확인 중이다.


현산 측은 35층부터 PIT 층까지 5개 층이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한 바 있다.


관할 구청에 접수된 민원 370건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봤다. 주로 도로 파손, 소음 등 항목으로 현재까지 크게 문제되는 점을 발견 못했다. 이 중 일부 민원은 자세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인허가 절차 관련 서류는 분석 중이며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201동 건물의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내려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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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작업자 2명이 사망한 채 수습됐고 2명의 위치는 발견됐지만 아직 구조작업은 더디다. 나머지 2명은 아직 매몰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붕괴한 건물의 28∼34층에서 창호, 소방설비 공사 등을 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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