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보행자 건너는데도 사이로 '슝'…여전히 멈춤없는 횡단보도 우회전
서울시내 사거리 30분 관찰
65대 중 12대는 멈춤없이 통과
보행자 건너가는데도 우회전
새해부터 보험료 할증 적용
하반기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아이고 놀라라. 초록불인데 왜 차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록불이 커져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 자동차가 ‘웅’하며 지나갔기 때문이다. A씨는 "초록불이 켜저도 우회전, 죄회전하려는 차들 때문에 횡단보고 시작과 끝에 더욱 주의하게 된다"면서 "걷는 속도가 느린 노인들에게는 횡단보도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덕역 사거리와 강남구 역삼동 일대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약 30분간(13회 신호) 관찰한 결과,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던 차량 65대 중 12대 가량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와중에도 일시멈춤 없이 주행했다.
공덕역 인근 교차로에서는 우회전 차량 55대 중 7대가 일시정지를 하지 않았다. 한 택시는 초록불 신호가 깜빡이는 상황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뛰어가는데도 우회전할 때 가속페달을 밟기도 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 교차로 횡단보도에서는 보행 신호가 초록불일 때 우회전을 한 차량이 30분간 총 10대나 됐다. 5대는 보행자가 건너고 있음에도 그대로 우회전을 했다. 5대 중 3대는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고 보행자가 막 지나가려는 찰나에 우회전을 했다. 한 흰색 승합차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 살피지 않은 채 속도를 내 초록불 신호에 맞춰 건너려는 보행자와 부딪힐 뻔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나머지 2대는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슬금슬금 서행하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올해부터 운전자들이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할 때 일시멈춤을 해야하는 등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조된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오거리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도로교통공단의 최근 3년(2018~2020년)간 통계에 따르면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 사망자는 212명, 부상자는 1만315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비율은 10.4%다.
새해부터는 이같은 횡단보도 우회전 차량에 대한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조 된다. 보행자 사이로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량 등에 대한 경찰 단속이 강화되고 보험료도 큰 폭으로 할증된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등은 지난 1일부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운전자가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2~3회 위반 시 5%, 4회 이상 위반 시 10%가 붙는다.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등지에서 과속, 횡단보도 신호 무시 등이 적발될 경우 한 번만 위반해도 보험료 5%를, 2회 이상 위반 시 보험료 10%를 각각 할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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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거나, 신호등이 없는 작은 횡단보도 등을 지날 때 횡단보도 인근에 보행자가 있으면 ‘일단 정지’ 해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이라고 하더라도 건너는 사람이 없다면 주변을 살피며 우회전을 해도 되지만 이같은 내용이 바뀌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1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6개월이 지난 오는 7월 12일부터 시행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상 교차로 우회전 사고들이 대부분 보면 우회전 하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출발하는 분들을 보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며 "주의의무를 강하게 인식시키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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