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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을 만들 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상당히 복잡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법 자체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며칠 전 사석에서 만난 금융권 고위 관계자가 토로한 불만이다. 국회에서 1년째 잠자고 있는 전자금융법 개정안(전금법)이 논의에 첫 발조차 떼지 못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전금법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자격을 부여해 은행처럼 이용자에게 계좌 발급을 허용해주는 게 골자다. 핀테크 업계는 꼭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통 금융사는 난색을 표한다. 정부 부처까지 얽히며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장외에서는 논란이 뜨겁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다.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전금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여러 차례 상정했지만, 법안이 논의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다.

다른 금융법안 상황도 비슷하다. ‘보험 실손처리 전산화’ 법안은 올해도 해를 넘겨 벌써 13년째 표류 중이다. 단순 보험민원 일부를 민간협회서 처리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올해 초 발의 됐지만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금융법안의 표류가 더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내년 정치 일정이 녹록지 않아서다. 내년 1분기에는 법안 논의 자체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 각 정당이 내년 3월 예정돼 있는 대통령 선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어서다. 6월에는 지방 선거가 치뤄진다. 지방선거는 총선만큼은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대목’인 시기다. 본인 지역구에 출마하는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 후보의 공천 및 당선을 위해 선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총선보다 공천권을 직·간접적으로 쥐고 있는 지선이 자신의 지역구에 영향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법안 논의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중진 의원 그룹 중 일부는 본인이 직접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


6월 이후에는 ‘정당의 시간’이다. 대선과 지선에 패배한 정당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새로 선임하는 등 내부 정리에 나서게 된다. 승리한 정당도 새로운 권력에 맞춰 체제 개편에 들어갈 것이다. 국회 양당 중 한 정당이라도 내부 정리가 끝나지 않으면 법안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고 국감이 끝나면 곧바로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다. 새로운 정부의 첫 국감과 예산안 심사이기 때문에 여야의 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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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법안의 경우 실타래처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때문에 쟁점법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정치적 일정 때문에 주요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여론에 밀려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더 불안하다. 이 상태로 법안이 통과 된다면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모든 주체의 반발만 사게 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법안 전체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정치 계산에 휘둘려 금융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앞서 언급한 전금법의 경우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한차례의 검토도 없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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