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년 실손보험료 갱신 폭탄'…관치의 그림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내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을 놓고 ‘관치(官治)’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려는 보험업계와 인상 자제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금융당국의 실랑이가 수년째 반복,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에 따라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9월말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를 넘었다. 특히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40%에 육박한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 100원을 모두 보험금으로 지급하고도 보험사가 40원을 더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 때 실손보험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현재 한 해 동안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상한선으로 25%를 정하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는 20%대 인상률을 제시한 상황이다.
공은 당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반사효과로 보험사들이 유래없는 호황을 맞은 데다 지난 7월 4세대 실손보험 출시 등 제도적인 대안도 마련한 만큼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을 자재해달라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금융업계에서 시장친화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화 제스처에서 실손보험은 예외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9년에도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의 두자릿수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평균 9% 올리는데 그쳤다. 지난해엔 10~12%대 인상으로 마무리됐다.내년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세대 실손보험이 나왔지만 가입실적이 저조하다. 기존 실손보험료가 올라야 경제적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4세대로 가입, 전환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당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4세대 가입을 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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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보험료를 올릴 수 없는 모순은 결국 정부가 자초했다. 2015년말 정부는 보험 가격 자율화를 시행해 민간에 보험료 결정을 맡겼다. 보험료가 오르자 2017년에 부랴부랴 보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자율화 아닌 자율화’가 계속되고 있다. 보험료가 당국 입김에 좌우되는 동안 소비자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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