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개숙였지만…커지는 공분
김창룡 청장 지휘관 화상회의
인천 흉기난동 등 대책 논의
靑게시판 20만 돌파 비난 폭주
처벌 강화·조직문화 혁신 필요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혀 20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찰의 잇따른 ‘부실 대응’에 경찰총수가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2일 오전 전국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이 모두 참석하는 전국 지휘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사건과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에서 확인된 경찰 대응의 문제점과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 경위와 B 순경은 지난 15일 오후 5시께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하거나 제때 합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청장은 전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인데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미 대기발령 중인 인천 논현경찰서 현장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사건 직후 감찰조사에 착수했으며, 신속·철저한 조사 후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은 이상길 논현서장도 직위해제 조치했다.
하지만 경찰의 면피성 해명과 부실한 사후 대처에 비난은 폭주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이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연일보도중인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경찰대응문제로 인천 논현경찰서를 고발합니다. 이건은 층간소음 문제가 아닙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21만명 넘게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피해자를 버리고 도망간 경찰 파면요구’ 청원글에도 2만5000여명이 동의하는 등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경찰을 두고 국민적 분노가 고스란히 표출되고 있다.
신변호보 대상자가 피살된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에서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경찰의 준비와 관련 법제화가 미흡했고, 신변보호시스템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스토킹 관련 신고는 지난달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 만에 3314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다. 법 시행 이전 하루 평균 24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다. 이 중 범죄로 인정돼 입건된 사례는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총 277건에 이른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스토킹에 대해서는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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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경찰 개인을 떠나 그간 축적된 경찰의 조직문화, 지휘부와 현장의 괴리, 지속적인 공권력 약화 등이 집약돼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뻔히 피해자가 위험한 상황에서 경찰이 범인을 제압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경찰의 교육, 조직관리, 현장 대응, 조직문화 등이 전반적으로 너무 문약(文弱)해졌다는 걸 꼬집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 등으로 경찰의 외관은 바뀌었지만 내부는 그대로"라며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약해지면 국민만 다치게 된다. 경찰에 걸맞은 훈련과 장비를 갖추고, 심층적인 조직 내부진단을 통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근본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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