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도구…공공기관까지 덮친 '염산 테러' 공포
공공기관 걸어 들어와 '염산 공격'
육안으로는 물과 구분 힘든 무색 액체
여러 산업계 폭넓게 쓰이지만…인체엔 해로워
해외 일부 국가선 '증오 범죄' 수단으로 쓰여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경북 포항시청에서 공무원이 염산 테러를 당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버젓이 염산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한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색의 용액인 염산은 피부에 닿으면 끔찍한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얼핏 보기에는 물과 구분되지 않아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테러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건물 7층까지 걸어 올라가 염산 공격
지난 3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 A씨는 지난달 29일 포항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씨에게 염산을 뿌려 눈·얼굴 등 신체 부위에 상처를 입혔다.
당시 A씨는 500㎖ 생수병에 염산을 담은 뒤 포항시청 7층 대중교통과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A씨는 담당과장 B씨의 얼굴을 향해 병에 담긴 액체를 끼얹었다.
염산을 뒤집어쓴 B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사건 직후 동료 직원들이 그를 화장실로 옮겨 물로 씻어냈고, 이후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처를 입은 눈가 부분을 회복하려면 약 6개월가량의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행정에 불만을 품고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염산의 출처에 대해서는 "시내 모처에서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무색 액체 염산…일반 용기에 담으면 물과 구분 힘들어
염화수소산, 염강수 등으로도 불리는 염산은 대표적인 강산이다. 산성이 매우 강하지만 물에 희석하면 독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에 쓰인다. 예를 들어 가죽 처리, 화합물 생산, 심지어는 식품첨가물 제조에도 소량 사용된다.
여러 산업에 폭넓게 쓰이는 염산이지만, 인체나 동물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호흡기나 눈, 피부 등에 들어가면 인체 조직을 손상하거나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물처럼 무색(無色)이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 생수병에 담아 들고 다닐 경우 물과 거의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해외에서는 '증오 범죄'의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는 게 염산이다. 인도·네팔 등 일부 국가에서는 '데이트 폭력'의 수단으로 염산이 사용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귀자고 한 또래 소년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염산 공격을 당한 네팔 10대 소녀 무스칸 카툰. 네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염산을 이용해 여성을 공격하는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 사진=트위터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미국, 영국 등 선진국 또한 염산 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는 한 남성이 20대 파키스탄계 대학생을 향해 염산을 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염산을 맞은 대학생은 혀, 목구멍, 손목, 얼굴 등 여러 신체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영국 수도 런던에서도 지난 2013년부터 연간 100건이 넘는 염산 테러 사건이 접수되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간혹 염산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70대 남성이 30대 여성으로부터 교제를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염산이 든 통 2개를 들고 여성이 일하던 식당에 들어가 "한 통은 얼굴에 뿌리고 한 통은 내가 마시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식당 종업원들이 남성을 말리러 다가오자, 그는 손에 든 염산을 뿌려 피해자들의 얼굴, 팔, 다리 등에 화상을 입혔다.
◆화학물질관리법 통해 거래 행위 규제
염산 테러는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만큼 피해자가 평소 대처하기 어려우며, 주로 얼굴 부위에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평생의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염산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까다로운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염산을 '유해화학물질'로 지정,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특히 농도 30%를 넘어가는 강한 산업용 염산의 경우 온라인에서 개인이 구매하는 것은 철저히 제한돼 있다.
최근에는 염산같은 물질이 범죄에 악용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유통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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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염산을 포함한 마취체·클로로포름 등 악용의 여지가 있는 유해화학물질을 거래할 경우 사업자 등록증, 공인인증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정한 본인확인기관 중 어느 하나를 통해 구매자의 실명·연령 등 본인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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