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49명 제한에 '결송합니다' 신조어도
예식장 분쟁도 급증…공정위 표준약관은 무용지물
"실상 모르는 탁상행정"…뿔난 예비부부들, 비대면 트럭 시위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예식장 참석인원이 49인으로 제한되면서 예비부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예식장 참석인원이 49인으로 제한되면서 예비부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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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예비신부 김모(30)씨는 다음 달 결혼식을 앞두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예식장 참석인원이 49인으로 제한되면서 일부 지인을 초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혼식을 한번 연기했었는데, 나아질 기미는커녕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어서 강행하기로 했다"면서 "평생 한 번밖에 없는 큰 행사인지라 지인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예식장 인원 제한으로 초대를 하지 못해 나도 아쉽고, 지인들에게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혼례를 앞둔 예비부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예식장은 양가 하객을 모두 합쳐 총 49인까지만 입장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종교시설은 99명까지 입장을 허용하면서 예식장만 빡빡하게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지인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도 적극적으로 초대할 수 없는 현실을 빗대 '결송합니다'(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나왔다.


20일 정부는 수도권에서의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현행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결혼식에 친족 구분 없이 4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또 테이블 사이는 1m 간격을 두거나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예비부부들은 계속되는 거리두기 4단계 연장조치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다음 달 결혼 예정인 한 누리꾼은 결혼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하객 리스트를 만드는 중인데 49명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라며 "지인들 중 청첩장을 받지 못한 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상하겠나. 부모님은 그냥 결혼식을 강행하자고 하는데, 신랑이나 저는 아쉬울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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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결송합니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결혼식을 미루거나 친족 외 지인을 초대하지 못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 12일 올라온 '결송합니다라는 단어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인은 "1년 이상을 준비해오는 결혼식이지만, 코로나19 시국의 결혼은 축복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예비부부의 욕심으로 치부돼 '결송합니다'라는 단어마저 생겼다. 이런 단어가 생겼다는 사실이 예식을 앞둔 사람으로서 슬픈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종교 시설의 규모가 각각 다른 것처럼, 예식 시설의 규모도 각각 다르다. 종교 시설이 시설 간 규모의 형평성 문제로 99인까지 허용됐다면, 예식 시설 또한 같은 형평성을 고려해 같은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또 청원인은 "억울한 위약금마저 예비부부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혼 관련 분쟁에 대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예비부부들의 예식장 관련 민원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7월 540건을 넘는 등 급격하게 늘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위약금 감면기준 등을 새로 마련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해 시행한 바 있으나, 이 같은 기준이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르면 예식업의 경우 친족 49인까지만 참석이 허용되면서 위약금 없이 예식일시 연기, 최소 보증 인원 조정 등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식을 아예 취소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에 대해서는 40%를 감면해준다. 다만 공정위가 업체들에 환불 조치를 강제할 수는 없어 현장에서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소속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차량을 이용해 코로나19 방역 관련 '불합리한 결혼식 지침 수정'을 요구하는 비대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소속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차량을 이용해 코로나19 방역 관련 '불합리한 결혼식 지침 수정'을 요구하는 비대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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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아예 결혼식장 인원 제한 조치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거리두기 4단계에서 결혼식장에는 49명밖에 입장하지 못하는 반면 콘서트장은 최대 2000명까지, 마트·백화점은 사실상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비·신혼부부들이 모인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전날(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부의 결혼식 방역지침을 비판하며 트럭을 동원해 전광판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럭 전광판에 '하객은 49명, 보증인원은 300명. 위약금 수백만원은 예비부부의 몫', '같은 면적 다른 시설은 바글바글, 불합리한 규제 수정하라' 등의 메시지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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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 측은 "예식장도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규모와 면적, 분리 공간 등을 고려해 공정한 규제를 해주길 바란다"며 "예외 없이 49명으로 제한하는 게 아닌 형평성에 맞는 세부 지침을 마련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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