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환자 추행·불법촬영한 男 간호조무사…'CCTV' 논란 재점화
수면 내시경 후 잠든 여성 신체 만지고 촬영한 男 간호조무사…"성적 호기심때문"
지난해에도 마취 환자 성추행한 대학병원 인턴 논란
시민들 "CCTV 설치해야" 분통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마취된 여성 환자를 상대로 성추행하고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 간호조무사가 검찰에 넘겨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 간호조무사는 성적 호기심을 참지 못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병원에서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성범죄 외에도 대리 수술, 음주 수술 등 범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CCTV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CCTV 설치가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몰아 집중력을 저해하고, 과도한 긴장 등을 유발해 치료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수면내시경을 받은 뒤 마취가 덜 풀려 잠들어 있는 여성 환자들을 추행하고 불법 촬영한 남성 간호조무사 정모(24)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정 씨를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성폭력특례법상 불법촬영 혐의로 지난 9일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서울 서초구 한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받고 잠든 환자들을 수십 차례 만지고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정 씨는 피해자들이 누워있는 모습 등을 22차례에 걸쳐 촬영하고,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19차례에 걸쳐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범행은 지난 4월 수면 내시경 도중 마취가 풀린 피해자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정 씨의 PC와 휴대전화에서 37장의 피해자들의 사진을 발견했고, 피해자는 최소 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적 호기심에 범행했다"고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전직 대학병원 인턴 A씨가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들을 수술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논란이 된 바 있다.
A씨는 2019년 4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마취된 상태에서 수술대기 중인 환자의 회음부 등 신체 부위를 지속해서 만진 의혹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여성의 신체를) 좀 더 만지고 싶으니 수술실에 있겠다", 처녀막을 볼 수 있냐" 등 성희롱성 발언 또한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병원은 A씨 수련 자격을 취소했다. '수련 취소' 처분은 지금까지 병원에서 했던 의사직 수련이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다만 A씨의 의사면허는 유효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재취업해 의사로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 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와 8만6700여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병원 내 의료진의 성범죄 등 범법 행위가 끊이지 않자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박모(27·여)씨는 "병원에서 제대로 진료도 못 받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수면 내시경으로 환자가 잠든 사이에 성추행한 사건이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며 "이런 사태들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은 물론 응급실, 중환자실, 일반 병실 등 병원 곳곳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왜 아직도 CCTV가 설치 안 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관련해 시민 10명 중 8명이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월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78.9%로 나타났다. '매우 찬성'이 48.8%, '어느 정도 찬성'이 30.1%였다.
정치권에서 또한 병원 내 범법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CCTV 관련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해왔다. 지난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처음으로 대표발의했으나, 당시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못 하고 폐기됐다. 이후 19대·20대 국회 때도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발의됐지만, 심의 한 번 되지 않고 폐기됐다. 현재 제21대 국회에서도 수술실 CCTV 관련 법안이 모두 3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다만 의료계는 CCTV 설치 의무화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CCTV 설치가 대리수술 등 범법행위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CCTV로 인해 의료 행위 자체가 소극적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은 '수술실 내 CCTV 설치ㆍ운영 의무화 입법 추진 관련 성명서'를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ㆍ운영만으로 대리수술 및 의료사고 증거 보존 등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두어, 의료진의 집중력 저해를 초래하고, 의료인에게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으며,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미흡 및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여 최적의 수술 환경 조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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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의협 회장 역시 12일 '회장 취임 100일 기념'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도 의협의 기본적인 입장은 자율설치고, 반대 입장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수술실 CCTV 설치 국가가 없는 만큼 부당성을 주장하고 대안도 마련해 정치권과 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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