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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점 없고 감점요인만 수두룩…버스기사 불안 안고 달리는 '시민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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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운전기사 '시민 모니터링 제도'

친절도·안전운행 등 점수화
근무태도 평가하는 시스템

가점요인은 '인사' 등 극소수
기사들 압박감·승객 눈치보기
모니터링 요원도 "단점만" 불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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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내 점수 깎는다고 생각하면 버스 타는 승객들마다 눈치를 보게 되죠."


서울지역 일부 시내버스 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시민 모니터링’ 제도를 두고 버스기사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승객 편의와 도로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가점은 적고 감점만 많은 구조여서 기사들에게 불리한 근태평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모니터링 제도는 ▲친절도(복장상태·승하차 배려·운전태도·응대태도) ▲안전운행(급출발·급제동·급차선 변경·개문발차·교통법규·정류소 정차질서) ▲운행실태(무정차·차내 노선도·안내방송·차량사고 시 안내) ▲차량 내·외부 상태(냉난방·내외부 청결·시설물 고장)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운전기사들의 근무태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구체적인 항목들은 시행 중인 회사별로 다소 상이하다.


무작위로 선발된 모니터링 요원들이 버스에 탑승해 해당 항목들을 점검하고 위반사항이 있을 시 항목별로 감점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서울시가 시내버스회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과 유사하다. 서울시는 공무원이, 버스회사들은 일반 시민이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대부분 항목에서 감점 요인만 있을 뿐 가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전무하다. 정류소 무정차 통과(-6점)를 비롯해 ▲차량고장 시 승객 안내 여부(-3점) ▲차내 시설물 고장 훼손(건당 -6점) ▲한손 운전(-4점) 등 감점 요인은 수두룩하고 감점 비중도 크다. 반면, 가점 요인은 ▲승객 상차 시 인사(+1점) ▲최종 승차자 착석 확인 후 출발(+1점) 등에 불과하다. 기사 입장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운전기사 이창학(41·가명)씨는 "안전운전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누군가 채점표를 들고 나를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한 번의 실수로 감점을 받게 되고, 누군가 나를 모니터링한다고 생각하면 승객 한 명 한 명을 다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모니터링 요원을 자원했던 시민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출·퇴근 때 자주 사용하던 노선의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했던 김초록(28)씨는 "처음에는 좋은 취지라 생각해 지원했고, 열심히 활동했지만 매번 운전기사들의 점수를 깎기 위해 단점만 찾으려는 내 모습을 보고 그만뒀다"면서 "친절하고 안전운전하는 기사 분들도 계신데 가점 요인이 더 있었으면 좋았다"이라고 말했다.


시민 모니터링 제도를 시행 중인 시내버스 회사들은 이같은 비판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시내버스 회사는 이와 관련된 답변을 거부했다. 유일하게 입장을 밝힌 회사 관계자는 "대시민 서비스 차원에서 기사들이 운전을 과격, 불친절하게 하지 말라는 게 주 목적인데 논란이 생길 줄은 몰랐다"면서 "평가 항목이 불합리하다면 노조 차원에서 요청을 하고 회사와 협의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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