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복장 자유화 바람
정장 대신 캐주얼 선호하면서
고가 해외 브랜드 매출 급증
디자인으로 승부하던
대중적 국내 브랜드는 부진

직장내 복장 자율화…김대리도 이부장도 '여우'로고 입는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7년차 직장인 서지민(31)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장을 입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외부 미팅이 잦은 업무를 맡고 있지만 직장 내 복장 자율화가 이뤄지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씨는 "정장 대신 캐주얼을 입게 되면서 해외 브랜드에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며 "브랜드 로고를 통해 내 개성을 드러낼 수 있고 같은 세대간 동질감을 표현할 수도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5일 직장 내 근무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자 패션업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장 브랜드들이 쇠락하며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들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디자인 아닌 로고가 개성 좌우

직장인들이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캐주얼 브랜드를 찾기 시작하자 겉으로 로고가 잘 드러나는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보다는 고가 해외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하고 있는 메종키츠네와 아미의 올해 5월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96%, 358%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메종마르지엘라를 비롯해 한섬의 필립림, 코오롱인더스트리 닐바렛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 50% 넘게 상승했다.

이들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를 통해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초기 2030세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이들 브랜드는 최근 4050 중장년층까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40대 후반의 한 대기업 부장 김모씨는 "젊은 직원들이 추천해줘 메종키츠네 브랜드 옷을 몇 번 입었는데, 주변에서 옷을 젊게 입는다고 칭찬을 많이 해 내심 기뻤다"며 "앞으로 다른 해외 패션 브랜드의 옷들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토종 브랜드 고전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로고 공세에 국내 패션 브랜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여성복을 중심으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중적 이미지를 갖다 보니 로고를 앞세우기보다는 디자인으로 승부해 왔으나 최근 소비 문화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 레이디스는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매출이 역신장했다. 이랜드의 경우 매출 부진으로 올해 미쏘와 로엠 등 여성복 사업부 매각을 계획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성복은 유행에 민감한 만큼 소비도 빠르게 이뤄지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반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해외 패션 브랜드 쏠림 현상에 국내 브랜드 매출은 올해에도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장 대신 상·하의 세트

정장의 자리를 상·하의를 세트로 맞추는 ‘셋업룩’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출근이나 결혼식 등 행사 참석뿐 아니라 집 앞에 잠깐 나갈 때에도 위·아래를 맞춰 입는 트렌드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면서다.


무신사 스토어에서 지난 한 달간 ‘셋업’ 또는 ‘셋업 수트’ 키워드는 약 30만번 검색됐다. SPA 브랜드 스파오, 탑텐에서도 ‘셋업 수트’는 주요 상품이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는 재킷과 통이 넉넉한 스타일의 바지로 구성된 ‘마스터핏 수트’의 인기로 지난해 목표 매출액을 4배 초과 달성했다.

AD

패션업계 관계자는 "근무환경의 변화로 전통적인 정장 브랜드의 침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캐주얼하면서도 정장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제품들이 정장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