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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 남편 "아내, 군인인 것 자랑스러워해…계속 일하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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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동료들 피해 볼까 신고 고민"
"현재 시스템, 군 내 성폭력 못 막아"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영정이 경기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영정이 경기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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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의 남편 A씨가 처음으로 언론에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공군 측의 소극적 대응 속에서 극단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해 "여군이 아닌 군인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A씨는 2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중사는)무엇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군인으로서 본인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다. 본인 특기(레이더 정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부대 밖 회식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 안에서 선임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를 소속 부대에 보고했으나 사건 무마를 위한 상관들의 회유·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중사는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전출 간 부대에도 성추행 피해 및 신고 사실이 퍼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는 끝내 전출 나흘 만인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전투비행단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A씨는 야간 근무를 마친 뒤 관사로 돌아와 숨진 이 중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당일은 '부부의날'로 이 중사와 A씨가 혼인신고를 한 날이기도 하다.


A씨는 "지난달 21일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반나절 휴가를 신청한 이 중사를 향해 상관이 '보고를 똑바로 하라'며 이유 없이 면박을 줬다. 이 중사는 그 자리에서 나와 울음을 터뜨렸고 난생처음으로 '휴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중사의 극단 선택 배경에 대해 "성추행 사고 이후에도 자신보다 군 조직과 상사, 동료들이 피해를 볼까 봐 신고 여부를 고민했다. 마지막까지 (그들을) 배려했으나 평소 신뢰하던 상사들의 회유에 상처만 받았다"라며 강제추행으로 인한 우울, 2차 가해로 인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가 지난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가 지난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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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중사가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해 남긴 이유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이 중사가 겪은 고통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제 관사에서 발견돼 남편을 향해 오해나 피해가 생길까 하는 우려로 인한, 저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대해 "강제추행에만 몰두하는 감이 없지 않다. (성추행이 벌어진) 제20전투비행단뿐 아니라 15특수비행단 내에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폭넓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추행 사건을 넘어서) 2차 가해와 합의 종용,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스템 미작동 문제, 수사와 보고 시스템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유사 사건 재발을 막을 방안을 묻자 "현재 시스템에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군뿐 아니라 동성 간에도 비일비재하게 강제추행 등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군대"라며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부대에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한 지휘관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 그래야 성추행 가해자만 불이익을 받고, 2차 가해가 불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울러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중사의)명예 회복을 위해"라고 밝히며 "이 중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매뉴얼이나 원칙이 한 번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도 없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모든 방안을 끝까지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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