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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배송, 이제 죄책감 들어요" 택배 서비스 탈퇴하는 시민들

최종수정 2021.06.22 14:30 기사입력 2021.06.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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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화재, 잇따른 과로사 등 배송업계 노동 환경 조명
SNS, 인터넷 커뮤니티서 특정 업체 불매운동 활성화
"배송 이용 꺼려져", "사람은 살려야" 시민들 죄책감 토로
전문가 "택배 산업 노동 환경, 운송업체가 적극 개선해야"

지난 1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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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평소 택배를 통해 식료품, 주방기기 등을 배송받았던 김모(28) 씨는 지난 19일 유료 멤버십 구독을 해지했다. 김 씨는 "출근 전에 택배를 시켜서 저녁에 받는데 익숙해진 터라 (해지하는데) 고민을 좀 했다"면서도 "내 한몸 조금 편하자고 택배사 직원들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잇따른 택배 노동자 과로사 등 물류 및 유통업계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알려지면서, 택배 서비스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특정 택배업체 서비스를 불매하겠다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들은 신속 배송 서비스 덕분에 생활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노동자들의 과로나 시설 안전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기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는 업계에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유통업체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7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현장에서 실종됐던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 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김 구조대장은 동료들과 함께 인명검색을 하려고 불타는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창고에 쌓인 각종 적재물이 무너지면서 홀로 고립됐고, 결국 이틀 뒤인 지난 19일 오후 12시10분께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소방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선풍기에 연결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열이 누적되다 보니 화재 위험이 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또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지난 19일 뼈대를 드러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지난 19일 뼈대를 드러낸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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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물류센터 내 열악한 노동 환경과 미흡한 시설 안전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트위터 등 SNS에는 '#쿠팡탈퇴'라는 해시태그가 적힌 글이 20일까지 약 17만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격무, 과로에 시달린 노동자들이 끝내 숨지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에 따르면, 과로의 원인은 최근 배송업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신속배송 서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속배송 서비스는 당일 주문이 들어온 물품을 최대 다음날 오후 안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로, 이 물량을 소화하려면 하루 안에 물품 정리·포장·배송·준비 작업을 마쳐야 한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심야 및 새벽 근무까지 동원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에는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4000여명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모여 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로사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로사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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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노동자들의 과로·안전 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편히 택배 서비스를 누리기 꺼려진다고 말한다.


오전에 저녁 찬거리를 당일 배송으로 주문해 왔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택배 덕분에 삶이 편해졌지만, 최근 신선 물품 배달원들이 냉동 창고 안에서 쉬지도 못하고 과로에 시달린다는 뉴스를 본 뒤로는 죄책감 때문에 주문 버튼을 누르기 망설여진다"며 "그렇다고 예전처럼 여가를 포기하면서 시장에 나가 직접 장을 볼 수도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33) 씨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최소한 사람이 죽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여당, 택배 노사 및 소비자 단체 등이 모여 만든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6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다.


잠정 합의는 최종 결론 도출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합의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내년 1월1일부터 택배기사가 택배 분류작업을 하지 않도록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 △택배기사의 과로방지를 위해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과로 문제 해결의 경우,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유통업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계속 고쳐지지 않고 악화되면, 유통업체 및 종사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전면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업체 스스로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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