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보장한다더니 저축銀 총량규제…사각지대 내몰리는 취약계층(종합)
중금리 제외한 가계대출은 5.4% 이내로 관리
업계 "저신용자도 선별해 대출할 수밖에 없다"
오는 7월 최고금리 인하도…불법사금융 내몰리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송승섭 기자]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21% 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 총량을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조치로 6등급 이하 차주(돈을 빌린 사람) 중 다수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을 관리하되 저신용자의 생계형 금융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방침과 결이 달라 표면적인 숫자 관리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2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저축은행의 2021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개별 업체들에 전달했다.
엄격한 총량관리에 업계 "저신용자 대출 줄일 수밖에 없다"
계획에는 올해 총 가계대출 증가율이 21.1%를 초과하지 않도록 운영하라는 지침이 담겼다. 지난해 업계 가계대출 증가율인 21.1%(5조5000억원) 수준으로 묶으라는 것이다. 중금리 대출과 정책금융상품(햇살론·사잇돌)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5.4%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에 연 16% 이하의 비 보증부 신용대출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지침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그간의 대출실적과 사업계획, 정부 기조를 참조해 추후 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이달 말부터 분기별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과 상품별 잔액 계획을 어떻게 관리할지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영업 전략이나 취급상품 등을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 대출 취급목표를 초과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도 담아야 한다.
총량 관리가 엄격해지면 대출실행이 위축될 거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0명의 저신용자에 주던 대출을 1~2명으로 줄여야 한다"며 "리스크를 생각하면 중금리 표적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우량한 저신용자’부터 선별해 대출해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 관리 지침에 최고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하반기 대출영업을 못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현재 16~24%의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들의 경우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돼 저축은행 대출길까지 막히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더 많아질 거란 우려도 고개를 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20%를 초과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약 239만2000명이다. 이중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20% 이하 금리의 대출로 전환 또는 흡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주는 약 207만6000명 정도다. 31만6000명가량은 당장 ‘금융절벽’을 마주하는 셈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는 지난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금융취약계층이 이미 8만~1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이동금액도 1조4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계산했다. 불법 사금융에 손 내민 이들의 69.9%는 법정 최고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
약 30%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고, 연 240% 이상 초고금리도 12.3%로 추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출은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의 기능도 일부 지니고 있는데, 대출을 일률적으로 옥죄면 안전망에 구멍이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민대출 유지하고 불법사금융 막겠다던 당·정·청…거꾸로 가는 총량규제
이번 조치가 저신용자 등의 생계형 대출을 필요 이상으로 옥죄지는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협의에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축소하면 저신용자의 자금 (융통) 기회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불법 사금융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 "서민 이자 부담은 줄이되 신용대출 공급은 줄어들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최고금리 인하의 좋은 점은 극대화하고 나쁜 면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인하 수준과 방식, 시기, 보완 조치 등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내몰리지 않도록 더욱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의 경우 수치에 얽매이지 않고 다소 유연하게 지침을 적용하는 식으로 저신용자 등의 대출 통로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 건 맞다"면서도 "중금리 대출의 수요가 많은 만큼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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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업권의 중금리 대출 중 75%가량은 저축은행에서 실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정이나 문 대통령의 입장에는 가계대출을 관리할 때 하더라도 대상과 성격을 구분해서 정교하게 접근하라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런 취지에 맞는 세부 방안 마련에 금융당국이 더욱 속도감 있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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