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투표의 역설’과 사회통합
파리의 센강에는 알려진 다리가 많다. 영화제목에 등장한 퐁 네프와 사랑의 시로 유명한 미라보 다리, 황금장식이 빛나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가 아닐까. 한때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를 달아 알려진 바로 그곳이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이 다리에 서서 “문명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것을 보고 있다.”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다리는 물을 건너거나 다른 편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따라서 연결을 목적으로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예술의 다리를 건너 과학한림원에 다다르면 또 다른 연결의 상징인 콩도르세 후작동상을 만나게 된다. 그는 이 예술의 다리처럼 평생 서로 다른 분야, 가치관, 사람 간의 연결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이었던 한림원의 종신회원이었고 최초로 수학을 사회과학과 연결한 개척자였다. 또한, 과학과 이성, 자유와 진보는 모두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학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자유, 물질적 풍요로 이어져 더 정의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과학을 사회현상에 연결하고자 했던 그가 남긴 이론이 ‘콩도르세의 역설’이다.
‘투표의 역설’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단순 다수결 투표가 구성원의 선호를 올바르게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선택지가 두 가지만 있을 때는 다수결 원칙이 유용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구성원의 선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A, B, C에 대해 선호도를 1, 2, 3위로 정하고 투표를 한다고 하자.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긴다면 상식적으로 A는 C를 이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A와 C에 대해 투표를 하면 C가 A를 이기는 경우도 생긴다.
콩도르세는 투표의 역설을 통해 다수결 만능주의를 비판하고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고민했다. 그 해법으로 양자 대결 반복법을 내놓기도 했지만 투표의 역설을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대신 유럽 18세기 중엽 방대한 지식을 집대성한 인류 최초의 백과전서(Encyclop?die) 집필에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흑인 노예제도를 반대하고 여성참정권의 확대 등 양성평등을 주장했는데 사회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예정에 없던 선거가 다가왔다. 오래전 콩도르세가 고민했던 사회적 선호를 결정하는 투표는 오늘날 사실상 실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콩도르세가 살아 있었다면 문명의 상징인 ‘예술의 다리’ 위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조언했을 것 같다.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누가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는 후보인지 잘 살펴야 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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