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재량권 남용' 판단 모호
사회통념상 합리성 해석 달라
과거 근무태도 등도 종합 검토

"가방끈 짧은 것들" "찌질이" 막말 해임… 엇갈린 판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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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무부 전 인권정책과장 A씨는 직원들에게 "가방끈도 짧은 것들이 공부 좀 해라", "우리 과에는 잘생긴 법무관이 발령나지 않는다‘ 등 막말·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돼 2019년 해임됐다. A씨는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연달아 승소했다.


#2. 전직 근로복지공단 중간 관리직 B씨는 부하직원들에게 "찌질이들" 등 막말을 했다가 2017년 해임됐다. 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결과는 A씨와 달랐다. 법원은 "인격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는 등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며 공단의 해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직장내 지위 또는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막말 등으로 해고된 이들이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 법원이 각기 다른 판결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성격의 소송이지만,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마다 처분의 정당성을 둘러싼 판단을 달리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판결이 갈리는 이유는 판단 근거인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1년 판결에서 징계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면서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판시했다. 징계해고에 대해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정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했다.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제한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폭넓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리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립대 동료 직원을 향해 "개XXX 다 죽여버리겠다"고 한 직원 C씨의 경우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제한적으로 본 사례다. C씨는 파면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장순욱)는 "C씨의 비방·폭언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해고는 비위 행위의 내용과 그 정도에 비해 가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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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해고 무효 확인 등 관련 소송에 대한 판단은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학생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폭언으로 해임된 사립학교 교사 D씨도 학교 법인을 상대로 낸 해당 소송에서 25년 동안의 교원 근무기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교육부 장관의 표창을 수상하는 등 성실하게 근무한 점 등이 참작돼 승소할 수 있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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