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2층 정의관에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최석진 기자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2층 정의관에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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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김대현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의 모해위증 의혹에 연루된 증인 김모씨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유지하기로 한 대검 부장회의 결론을 외형상 수용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의 절차상 문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10여년 전 수사 과정은 물론 위증교사 진정 접수 사건의 처리 과정 전반과 대검 부장회의 절차까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박 장관과 법무부는 '과거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에 목적이 있는 감찰'이라고 밝혔지만, 애초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이 나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오히려 감찰 조사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계속 이번 사건을 이슈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소하라고 다시 수사지휘 안 하겠다"… 사실상 수용?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2층 정의관에서 열린 법무부 브리핑을 통해 박 장관은 지난주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했다.


박 장관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검찰 스스로 다시 판단해 보라는 취지로 이번 수사지휘를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개최된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회의 당일 예정에 없던 당시 수사팀 검사가 참석한 것과, 회의 종료 직후 언론을 통해 회의 결과가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번 회의는 한명숙 전 총리의 유무죄가 아니라 재소자의 위증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라며 "최초 재소자들을 수사했던 검사의 징계절차를 다루는 회의가 아니었음에도, 증언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 장관의 수사지휘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이번 대검 부장회의 조차도 그 진행 상황이 순식간에 특정 언론에 유출돼 보도되는 일이 있었다"며 "절차적 정의가 문제됐던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에 저는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검찰 직접수사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실효적 제도개선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감찰을 통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이 합동감찰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예고한 사안 중에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인권침해적 수사방식 ▲수용자에게 편의제공 및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 정황 등 10여년 전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 대한 내용들까지 다시 포함됐다.


이밖에도 ▲이 사건 민원접수시부터 대검의 무혐의 취지 결정 과정 ▲대검 부장회의 내용의 언론유출이 감찰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수용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반복됐다.


장관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에 이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오늘이 모해위증 부분의 공소시효가 완료되는 날이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장관께서 다시 재수사지휘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불수용한다면, '기소하라'는 취지의 재수사지휘를 하겠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이날까지 재수사지휘를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이 국장은 "사실상 수용으로 보면되는데 그부분은 자체 판단의 몫이라 본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나아가 이 국장은 "오늘로써 공소시효가 만료돼 내일부터는 혐의가 다시 발견돼도 처벌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것을 수용(했다거나), 이 혐의없음 결론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우리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하기까지 그간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고, 오늘 보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 면죄부 주는 날도 아니고 절차적 정의 부분에 대해 지적을 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의 입장 발표나 이 국장의 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의 불기소(무혐의 결론 유지) 결정을 번복하는 '기소' 지휘를 하지 않는 만큼, 실체적 측면(모해위증 혐의의 인정 여부)에서는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박 장관이나 이 국장은 이 같은 결정이, 진정으로 접수된 모해위증 의혹의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당시 수사 과정이나, 이번 진정 건의 처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비록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지나 기소나 징계는 할 수 없더라도 과거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감찰을 통해 철저히 진상을 가려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날 저녁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합동감찰이)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간 동안, 상당한 규모로 합동감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따라 해당 증인을 기소하진 않겠지만, 강도 높은 감찰을 통해 계속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어 과연 애초 약속한 대로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수용한 게 맞느냐는 논린이 일 전망이다.


앞서 지난 17일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하라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법무부 브리핑 당시 이 국장은 '불기소 결론이 나와도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장관도 수용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다시 한 번 가능하면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하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들을 참석시키겠다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결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검 "합동감찰 적극 협력할 것"…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

박 장관의 합동감찰 지시에 대해 이날 대검은 즉각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검은 이날 법무부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의혹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 "검찰 직접 수사에 있어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한다"며 "당시와 현재의 수사관행을 비교·점검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합동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검은 "작년 6월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으로 TF를 구성해 수사정보취득을 위한 수용자 출석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반복조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며,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으나,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검은 "대검의 이번 결정은 장관님의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13시간 30분간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검은 '애초 참석자 명단에 없던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법무부 지적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대검은 "수사팀 검사가 참석한 것은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본인의 변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해 중요 참고인인 한모씨 진술의 신빙성을 정확히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었고, 감찰부장을 비롯한 다른 위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지난번 보고시 이 점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법무부에서 요청할 경우 절차적 정의 준수 여부와 관련해 녹취록 전체 또는 일부를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부장회의 직후 회의 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과 관련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 사전에 회의 개최가 공지된 점 등 고려할 사정은 있으나, 회의 논의 과정과 결론이 곧바로 특정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점에 대해서는 대검도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법무부 vs 검찰 새로운 갈등 원인될 가능성도

박 장관의 지시에 따른 이번 합동감찰은 외형상으로는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이지만 사실상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로 볼 수 있다.


법무부 감찰관실과 함께 감찰을 진행할 대검 감찰부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철저하게 법무부 편에 섰던 한동수 감찰부장이 지휘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한 부장은 수사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최근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검 감찰부에는 이번 모해위증 의혹과 관련해 증인 김씨를 입건해 수사하려고 했던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도 소속돼 있다. 임 연구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내부 사건 배당 과정을 올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법무부 브리핑에서는 임 연구관도 합동감찰에 참여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임 연구관 본인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감찰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법무부 입장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류혁 감찰관은 "여러 구성원들로부터의 여러 가지, 뭐 부정적 평가가 있건 간에 어찌됐건 지금 구성원들이 전부 힘을 합쳐 건설적으로 해보자는 취지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검찰 내부에 임 연구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나 10년이 지난 이번 사건에 집착하는 모습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동료·선후배 검사들이 상당수 존재함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류 감찰관은 "부정적 평가가 있지만 임 연구관도 감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인가?"라는 질문에는 "임 연구관도 감찰부 구성원이고 참여 안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류 감찰관은 이번 합동감찰 대상에 임 연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재차 질문이 나오자 류 감찰관은 "제가 말한 건 직접수사 문화 개선, 이런 문제인데 이 부분에 합동감찰 범위에 포함 안 되는 걸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퇴근길에 임 연구관 관련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받은 박 장관은 "문제 제기가 있다면 언론 유출 부분은 임 검사가 감찰하지 않는 게 적절할지도 모르겠다"며 "장관이 배제한다, 안 한다고 할 수 없다. 임 검사는 대검 감찰부 소속이다. 대검 감찰부가 판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과 법무부는 잘못된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한 감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이 힘을 실어준 한 부장과 임 연구관이 이미 모해위증 관련 무혐의 결론이 난 당시 증인들과 이들에게 모해위증을 교사했다고 의심하는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재조사에 나서게 될 경우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증인들의 모해위증 혐의나 검사들의 모해위증교사 혐의나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가 불가능하고, 징계시효도 만료돼 징계도 불가능한 상황(법무부는 관련 지침, 예규상 징계시효가 지나도 법무부장관이 주의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에서 제도 개선을 구실로 진행되는 감찰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박 장관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대검 부장회의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것을 '절차적 정의의 훼손'으로 규정하며 엄정한 감찰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법무부나 대검 감찰부가 유출자 색출을 이유로 회의에 참석한 일선 고검장들이나 대검 부장(검사장급)들의 휴대전화 통신내역 등의 확인에 나설 경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전임 추 장관은 윤 전 총장 관련 여러 건의 수사지휘와 감찰 지시를 내렸지만 법원의 제동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에 실패하며 결국 경질당했고, 박 장관은 취임 후 단행한 인사에서의 윤 전 총장·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 '패싱' 논란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도입에 찬성의 뜻을 내비치며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중수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이 불거지며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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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된 박 장관의 합동감찰 지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를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검찰개혁의 명분을 다시 찾기 위한 여론 전환용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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